<림버스 컴퍼니 6장 마음이 어긋나는> 끝까지
※림버스 컴퍼니 게임의 다량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토리 분석글이라기 보다는 스토리에 대한 감상문에 가깝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림버스 스토리 이전 감상문과 이어집니다. 먼저 보고 오시기를 추천합니다.
<폭풍의 언덕>은 처음 나왔을 때 모두에게 배척받는 소설이었습니다. 도덕성을 강조하고, 권선징악을 보여주려 했던 당시의 시대상에서 <폭풍의 언덕>은 참혹함 그 자체였습니다. 어둡고, 잔인하고, 흉악한 이야기. 아름다운 사랑의 결말이 아닌 본능에 이끌린 사랑이 만들어낸 격렬한 비극. 사람들의 눈쌀을 찌푸렸던 이 이야기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이후부터입니다. 사람의 본성을 가장 사실적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서로 다른 가치의 갈등, 이후의 초월적 화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석이 <폭풍의 언덕>에게 주어지며 19세기 영미권 최고의 소설 중 하나로 떠올랐습니다.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이라는 이름이 널리 알려지고, 그들은 서로를 그들 자신처럼 생각했던 전세계에 널리 이름을 알린 연인이 되었습니다.
비극의 한가운데 서있던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은 서로를 자기 자신처럼 생각했고, 그 이상으로 아꼈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서로에게 자기 마음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캐서린은 넬리에게 다음과 같은 말로 히스클리프란 존재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표현합니다.
"내가 얼마나 자기를 사랑하는지 그는 알지 못할 거야. ... 그가 나 자신보다도 더 나를 닮았기 때문이야. 우리 영혼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든지 간에 그와 나의 영혼은 똑같아."
그 어떤 사람이 자신이 사랑하고 연모하는 사람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이 표현은 히스클리프에게 닿지 못했습니다. 히스클리프에게 닿은 것은 린튼과 결혼하겠다는 캐서린의 말뿐이었죠. 그렇게 둘은 어긋났고, 모든 관계는 뒤엉켜 이야기는 비극으로 치달았습니다.
여기 다른 히스클리프가 있습니다. <림버스 컴퍼니>의 히스클리프 또한 자기가 아닌 린튼을 캐서린이 택한 데에 실망했습니다. 자기를 저주받을 저택에 묶어두었던 단 하나의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그 이유를 다시 만들기 위해 여행을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그의 앞에 그녀는 없습니다. 나를 사랑해주었던, 하지만 나를 나락의 구렁텅이로 보내버렸던 그녀는 이제 없습니다. 꼭 전달해야 할 한마디, 그 한마디는 그녀에게 이제 영영 닿을 수 없습니다. 그 좌절과 절망은 그의 마음을 전부 찢어놓았습니다. 찢어진 마음은 어떻게 봉합해야 할까요? 그리고 전해야 했을 말은 이제 어디로 향해야 할까요? 캐서린을 향한 길만을 가고자 했던 히스클리프의 길은 이제 보이지 않습니다. 그 어떤 감각도 자기가 서있는 곳을 말해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늘 시계를 돌리며 수감자들을 이끌어온 관리자 단테는 다시 시계를 돌립니다. 째깍째깍. 이제 그 소리에서 잃어버렸던, 다시는 보지 못했을 단 하나의 길을 보기 시작합니다. 캐서린에게로 향하는 천길 낭떠러지 길. 이제 그 길로 향합니다.
뒤틀린 히스클리프를 향해 캐서린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일기장의 한 페이지에서 켜켜이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한 추억을 끄집어냅니다. 정원에서 달리기를 하다 어느 집을 침범했고, 캐시가 사냥개에게 물려 크게 다친 날. 캐시는 린튼의 집과 인연을 맺었고, 린튼의 집 사람들은 모두 캐시를 좋아했습니다. 그 캐시를 보며 히스클리프는 비참함에 휩싸였습니다. 서로가 자신이라고 생각했건만, 히스클리프는 이제 캐시가 자기가 사는 세상과는 다른 곳에 사는 사람처럼 느껴졌던 것이죠. 거기서 비참함만이 떠올랐다면 히스클리프는 돌아올 수 없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히스클리프는 캐시와 정원을 마음껏 뛰놀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즐거웠다고 말합니다. 그에 캐시는 이렇게 답합니다.
"나도 그래, 히스클리프. 그래서 영원히 기억해 놓으려고 일기장에 빼곡하게 써놓았던 거야. 내... 소중한 기억..."
히스클리프가 뒤틀림에서 돌아옵니다. 비참하고 더러운 기분입니다. 앞으로도 사람을 모두 부수고 싶을 충동을 억제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두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단테는 그를 돌려놓을 거라 말합니다. 그의 시계소리는 어둠에 빠져 아무것도하지 못하는 수감자들을 다시 원래의 길로 돌려놓습니다. 완전히 감정이 해소된 것은 아니고 의문점이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히스클리프는 이제 다시 걸어갈 수 있습니다.
상황이 정리되고 물리친 다른 인격의 히스클리프를 확인합니다. 그가 죽은 것이 아니라 그의 인격이 씌워진 다른 사람이 죽은 것일 뿐이었습니다. 인격을 덧씌우는 기술을 확인하고, 수감자들은 이제까지 쳤던 네 번의 벼락을 생각하면서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첫 번째, 히스클리프가 캐서린의 이름을 부르짖을 때. 두 번째, 린튼이 히스클리프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쏘아붙였을 때. 세 번째, 힌들리가 숨을 거두었을 때. 네 번째, 히스클리프의 마음이 찢겨져 뒤틀렸을 때. 그리고 린튼이 나타나 벼락의 조건에 관해 슬며시 이야기합니다. 그녀의 마음이 찢겨질 때 벼락이 친다는 그의 말에 덧붙여진 것은 캐서린의 마음에 들지 못했던 자신의 슬픔이었습니다. 그리고 캐서린의 부탁으로 이런 인체 실험을 행하고 있었음을 밝힙니다. 그러면서 캐서린이 누군가 선물해준 거울을 계속 보고 있었다는 중요한 정보도 전해줍니다. 그러나 그는 캐서린을 사랑했기에 캐서린의 부탁으로 행해지는 이 실험을 막으려는 수감자들을 지나가게 둘 수는 없었습니다.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그는 자신을 실험체로 사용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최후를 맞이합니다. 그리고 다섯번째 벼락이 친 후 이상의 옛 동료이자 현 N사의 구인회 소속인 아세아가 등장합니다. 그러면서 인간을 녹여 순수한 '반죽'을 만들고 거기에 어떤 인격이든 유착시키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는 말을 덧붙이죠. 그리고 이 실험을 하기 위한 에너지를 모으기 위해 저택의 꼭대기에 황금가지가 있을 것이라는 파우스트의 말을 확인해줍니다. 그리고 그 '반죽'에 모든 준비를 마친 다른 세계의 히스클리프가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 히스클리프는 모든 죄종들과 죽은 린튼, 조세핀, 힌들리 등을 일으켜 세워 하나의 군단을 만듭니다. 그리고 자신은 캐서린이 든 관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갑니다.
수감자들의 앞을 막아선 것은 끝도 없는 죄종들과 무수한 세계에서 불러온 조세핀, 린튼, 힌들리입니다. 죽여도 죽여도 앞을 가로막는 군세는 마치 '마왕'의 군세와도 같습니다. 마왕 히스클리프가 옥상으로 향하는 것을 막아야 하지만, 시계를 아무리 돌려도 군세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모두가 지쳐 힘을 쓰지 못하고, 이 길을 걷고 싶고, 걸어야만 하는 주인공 히스클리프마저 방망이를 떨어뜨립니다. 간신히 보였던 가느다란 길이 다시 어둠으로 닫힙니다. 나아갈 수 없게 하는 거대한 고난 앞에서 일행을 감싸는 것은 절망 뿐입니다. 늘 길을 보아왔고, 길을 안내했던 시계의 소리는 무한의 군세의 발소리 앞에서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히스클리프는 자기 죄가 이만큼 말도 안 되는 것이냐며 소리칩니다. 그동안의 노력을 부정하고 싶지 않은 단테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지만, 한 치 어둠만이 가득한 완전히 닫힌 길 앞에서 그저 멍해질 뿐입니다. 절망이 모든 것을 휘감으려는 순간,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모를 때... 그래서 길잡이가 있는 겁니다, 단테."
그 어떤 순간에도 관여하지 않았던 그저 명칭 뿐인 길잡이를 달고 있는 줄 알았던 베르길리우스가 일행의 앞에 섭니다. 아마 저택의 그 무엇보다 강할 베르길리우스는 단숨에 앞을 가로막은 죄종들을 처리합니다. 해결사 중 최고에게만 붙는다는 최강의 등급 '특색'을 가진 베르길리우스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전 도시를 뒤져도 몇 안 될 것입니다. 그 베르길리우스가 길을 엽니다. 물론, 죄종에 대한 개인적 원한이 가장 큰 이유이겠으나 베르길리우스가 열어준 그 길은 어둠을 걷어냅니다. 이제 길에는 베르길리우스를 나타내는 붉은색 선이 그어집니다. 히스클리프는 길을 잃지 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붉은색 선을 따라 간다면 이곳에 온 단 하나의 이유, 그것에 담긴 바람을 실현할 수 있겠죠. 길잡이가 무한의 군세를 막아 열어준 길을 따라 다시 일행은 앞으로 나아갑니다.
단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두 옥상으로 달려갑니다. 하지만, 이미 마왕 히스클리프는 저 먼 앞을 달려가고 있습니다. 거리는 너무 멀어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길의 끝이 급박하게 다가오는 이때 단테는 히스클리프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과거를 딛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그의 현재를 지켜주고자 간절히 바랍니다. 그 바람은 시계 속의 황금가지와 공명하여 일행을 제외한 모두를 느려지게 만듭니다. 그렇게 다시 길은 이어지고, 히스클리프와 히스클리프는 마주섭니다. 이 상황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수감자 히스클리프와는 달리 마왕 히스클리프는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아는 전지전능한 사람인 것처럼 말합니다. 캐서린은 무조건 죽고, 히스클리프는 무조건 좌절에 빠진다고, 이 상황은 캐서린이 원한 것이었다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마왕 히스클리프는 패하고, 수감자들에게 붙들립니다. 그리고 마왕 히스클리프를 기절시키겠다며 넬리가 다가갑니다.
마왕 히스클리프가 저렇게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거울'을 통해 모든 세계의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을 보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캐서린이 갑작스럽게 변하도록 모든 세계를 보여주는 '거울'을 건네주었을 사람도 필요합니다. 캐서린과 누구보다 가까웠으며 히스클리프가 믿는 사람. <폭풍의 언덕>에서는 관찰자였지만, <림버스 컴퍼니>에서는 일행과 계속 함께하며 사건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사람. 넬리입니다. 넬리는 마왕 히스클리프를 풀어주고, 일행을 막아섭니다. 넬리는 거울로 모든 세계의 캐서린과 히스클리프 사이에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채 늙어간 것을 보았고, 그 비극을 겪기 싫었던 넬리는 거울을 캐서린에게 건넸습니다. 배후의 N사와 캐서린을 연결하는 고리가 바로 넬리였던 것입니다.
어느 상황에서든 자기 길을 찾을 수 있게 시계소리가 들려오는 수감자와는 달리 많은 이들은 자기 길을 그 어떤 확신도 없이 혼자 걸어가야만 합니다. 그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다양한 가능성의 미래를 보게 된다면 어떨까요? 과거의 노력이 무의미하다고 느끼고, 현재의 모든 것이 의심될 것입니다. 넬리는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 의심을 바로잡을 수 없었고, 의심을 해소시켜줄 확신을 가진 채 이전의 자신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을 했습니다. 길이 틀어진 것이죠. 분명 그 길은 누군가가 걸을 수 있는 길일 것이나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는 길은 아닐 것입니다. '거울'에 보이는 미래가 만든 길이니까요. 그래서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선택이 만들어낸 길을 끝까지 걷고자 하는 히스클리프를 넬리는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넬리는 패배하고 길을 비켜주기 전 이미 마왕 히스클리프가 옥상에 도착했을 거라며 서로 자기 말을 직접적으로 전하는 대화할 용기도 없었던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를 비판합니다. 그 비판과 또 늦어버렸다는 절망감 속에서 벼락과 함 히스클리프는 세상의 어둠 속에 사라집니다. 두려움에 도망가고 증오와 복수심만을 태우는 히스클리프가 되었을 거라는 넬리의 말에 단테는 반박합니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 넬리와 캐시의 대화에서 린튼과 결혼하겠다는 말을 엿듣는 순간에 도달하게 합니다. 그곳에서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들을 두려움으로 도망가기 직전의 히스클리프를, 걸어야만 했을, 지금은 꼭 걸어야만 하는 길에 있는 히스클리프가 뒤로 돌아가지 않도록 시계소리로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합니다. 그리고 히스클리프가 들었어야 할 캐시의 말의 이어집니다.
"린튼과 결혼한다면 히스클리프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 있어. 그러니까 그 애는 내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서는 안 돼."
여전히 두렵고 겁이 나지만, 히스클리프는 이제야 올바른 방향으로 걸어갑니다. 진심을 듣는 것이 두려워 말을 건네지 못했던 히스클리프는 길을 돌아 이제야 이루어질 수 없는 미래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상상의 미래에서 이젠 망설임을 거두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런 히스클리프가 나아갈 수 있도록 캐시는 문을 열어줍니다. 폭풍이 불고 벼락이 치는 그곳으로 향하는 문을요.
이미 후회로 가득한 길이지만, 더 이상의 후회는 만들지 않고자 합니다. 황무지나 절벽에서 피어나 고독하고 쓸쓸해 보이는 꽃, 그러나 말라 비틀어져도 색이 변하지 않는 꽃. 그 꽃들을 말려서 자기 방에 걸어놓고, 정원의 모든 것들 중 그 꽃만 색깔을 잃지 않게 하였습니다. 보랏빛의 그 꽃을 반지로 만들어서 히스클리프에게 건네는 캐서린의 모습에선 단 하나의 단어만이 느껴집니다. 사랑, 둘은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말을 직접 전달하기 위해서 히스클리프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미래의 구속을 두려워하는 넬리에게 해방의 자유를 쥐어주고, 옥상에서 마왕 히스클리프를 마주합니다. 마왕 히스클리프는 모든 세계의 나로 인해서 모든 세계의 캐서린이 죽었기 때문에 모든 세계의 나를 죽이는 것이 사랑의 증명이라고 말합니다. 정말 비참하고도 절절한 사랑입니다. 하지만, 이 말을 들어줄 이유는 없습니다. 그는 캐서린에게 자기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고 전달하기를 포기한 사람이기 때문이죠. 그는 여전히 캐서린의 진심을 정면에서 듣기를 포기하고, 상황에서 도피한 용기 없는 겁쟁이일 뿐입니다. 수감자 히스클리프는 그 모든 행위를 해왔고, 그 길을 걸어왔으며 그 길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섰습니다.
노력이 만들어낸 마지막 기회이지만, 상황은 절망적입니다. 실험은 성공하기 일보 직전이죠. 그래서 히스클리프는 그걸 막고, 캐서린의 마음과 자신의 마음을 연결시키기 위해 황금가지를 몸에 꽂습니다. 일기장은 마지막으로 넘어가 이야기를 전합니다. 거울에서 모든 히스클리프가 자기 때문에 불행해지는 것을 두고볼 수 없었던 캐서린은 행복한 히스클리프를 만들어주기 위해 모든 세계의 자신을 없애기로 마음 먹습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모든 히스클리프를 사랑하니까요. 참으로 절절한 사랑이지만, 이 마음은 히스클리프에게 바로 전달되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안타깝고 안타깝습니다. 자기 자신을 없앨 정도로 사랑하면서 정작 표현은 못하다니. 둘의 마음은 그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하기에 같았으나 또 그러하여 완전히 어긋나버렸습니다. 둘 다 서로의 존재가 필수불가결하나 나의 존재는 그에 못하기에 서로를 또 다른 비극으로 몰아갈 선택을 해버렸습니다 . 히스클리프의 마음을 알 수 없었기에 캐서린 또한 무서웠던 것이겠죠.
어긋난 마음은 원하지 않는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일곱 번째 벼락이 치고, 또 다른 세계의 캐서린이 관에서 나타났습니다. 시계는 돌아갔고, 히스클리프는 부활했습니다. 그저 캐서린이 보고 싶었을 뿐인 히스클리프는 다시 일어나 캐서린의 이름을 부르며 흐느꼈습니다. 또 다른 세계의 캐서린은 캐서린의 존재를 아주 지우려했으나 지금 세계의 캐서린은 자기의 바람과는 다른 이 상황에 다른 세계의 캐서린을 막아세웠습니다. 이에 '히스클리프는 곧 나'라면서 다른 세계의 캐서린은 히스클리프를 위해 모든 세계의 캐서린이 사라져야 한다고 절규합니다. 이미 어긋나 버릴대로 어긋나고, 서로를 향해 대화 한 마디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지금 세계의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은 서로를 사랑하고, 이 상황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잘못된 상황을 타개하고 길의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수감자들은 마왕 히스클리프와 다른 세계의 캐서린을 상대로 마지막 전투를 치릅니다.
전투의 종막, 어긋나버린 길을 잇기 위해 단테는 고심합니다. 그리고 단테의 단말기에서 알림이 울립니다. 그 단말기를 통해 황금가지의 힘을 이용하여 캐서린은 단테에게 말을 걸죠. 일기장에는 솔직했으나 일기장 밖에서는 그 누구보다 솔직하지 못했음을 반성하며 마지막 말을 전하고자 합니다.
"히스클리프는 영영 모를 거야."
"내가 얼마나..."
"얼마나..."
영영 전해지지 못했을 이 말은 길의 마지막까지 걸어온 히스클리프가 단말기에 등장하면서 전해집니다. 그리고 단 한마디 말을 전하기 위해 여기까지 온 히스클리프 또한 자신의 진심을 전합니다.
"너는 너무도 쉽게 나를 무너뜨리고...
나를 아무것도 아닌 걸로 만들어 버려.
네가 오면 너무도 기뻤고 네가 날 쳐다보면 그날 하루가 행복했어. 마치 재앙 같았지.
그리고 나는 그 폭풍 같은 재앙을
한순간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어, 캐서린."
이제야 어긋나지 않아진 마음을 확인하고 캐서린의 히스클리프가 행복하기 위해서 캐서린은 단테의 단말기에 담긴 힘을 빌립니다. 그 단말기의 화면에는 단 한 가지의 선택지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모든 캐시를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리고 모든 캐시가 삭제되기 전 캐서린은 가장 전하고 싶었던 말을 전합니다.
"먼저 말해줘서 고마워, 히스클리프.
나도 모든 세계의 히스클리프가 아닌
지금의 너를 사랑해."
일련의 과정이 끝나고 황금가지는 다시 모든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대부분의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비통과 절규 속에서 고통받고 있었지만, 단 하나의 세계에서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은 나란히 묻혀 있었고,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을 닮은 아이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서있었습니다. 4장에서도 말했듯이 거울은 나를 비춥니다. 하지만, 나를 보는 것 또한 나이기에 거울은 나를 온전히 비추나 내가 보고 생각한 것만을 온전히 비춥니다. 내가 생각하고 단정지은 대로 거울이 보이는 것이죠. 그 무수한 가능성의 세계에서 보인 것들은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유리창'을 만든 영지도 '거울'을 만든 이상도 그저 무한한 가능성을 비추고 싶었을 뿐 누구를 절규하게 하고, 누구를 고통받게 하고 싶지는 않았던 겁니다. 자기가 보지 못했던 가능성을 확인한 마왕 히스클리프는 씁쓸함만을 남기고 사라집니다.
싸움은 정리되고, 세계에서 캐서린은 사라집니다. 모든 시간과 색에서 캐서린은 이제 없습니다. 모두가 지친 틈을 틈타 황금가지 하나를 빼앗아가는 넬리조차도 이제 캐서린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다른 세계의 모든 히스클리프와는 다른 길을 걷고,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을 전달하는 데 성공한 단 하나의 히스클리프는 그 마음에 새겨진 한 명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 마음에 세 글자 '캐서린'은 지울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을 보여주고 걷게 한 다른 한 명 단테도 캐서린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캐서린이 그토록 좋아했던 보라색 꽃, 그 이름을 히스클리프가 밝힙니다. '히스', 그 어떤 폭풍에도 견디며 다가올 시간에 언젠가 있을 만남을 기다리는 꽃. 그것이 지금 캐서린을 기억하는 단 하나의 히스클리프가 정의하는 자신일 것입니다.
서로를 너무 사랑해서 마음이 어긋났고, 서로를 무척 사랑해서 그들은 마음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세계의 캐서린과 히스클리프가 있었지만, 어긋난 마음을 맞추고 전하여 보니 그들은 자기 세계에 있는 단 하나의 서로만을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히스클리프의 기억 안에 남았습니다. 적어도 캐서린은 세계 안에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단 한 명이라도 기억하는 한 캐서린의 존재는 남아 있습니다. 그들이 다시 만나 시간의 끝까지 자기 마음을 전달할 순간, 이제 그 미래를 향한 길을 걸어갈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