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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딛고 일어선 언론의 이상

더 포스트

by baekja

모두가 이상을 꿈꿉니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단순한 욕망을 넘어선 이상. 자본주의의 신이라 불리는 돈은 고작 수단일 뿐인 밤하늘의 별보다 빛나는 그것. 늘 현실의 네온사인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평생 그 이상은 우리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습니다. 아니, 머리 위에서 바라본 이상은 세상이라는 거울을 통해 본 것일 뿐 어떤 어둠에도 지지 않는 별은 계속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미약하게나마 빛을 계속 내뿜고 있죠. 언론의 이상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사실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정확히는 모든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죠. 그 사실에서 진실을 뽑아내는 것은 독자의 역할이기에 언론은 그저 어떤 사실만을 전달하면 됩니다. 되게 단순해 보이는 이 말이 어떻게 이상이 될 수 있을까요? 언론을 만든 것은 사람이기에 만드는 사람에 따라 언론에 적어낼 사실은 취사선택이 될 수밖에 없고, 언론은 사실을 적어내었으나 이미 그걸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왜곡이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언론이 사실을 취사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자기의 의견과 맞지 않아서, 자기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어서, 돈 때문에, 외부의 강력한 압박으로 인해. 욕망과 욕망이 겹치고, 관계와 관계가 겹치는 사회에서 욕망과 관계를 누구보다 빠르게 전달하고 밝힐 수 있는 언론은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인해 이상과 멀어지고, 현실에 타락해 갑니다. 하지만, 현실의 어둠에 이상의 빛이 가려진다하더라도 그 빛은 꺼지지 않기에 언젠가 일생의 중요한 순간에는 그 이상을, 그 빛을 좇아 나아가기도 합니다. 영화 <더 포스트>는 무수한 관계들 속에서 언론이 무척 빛났던 한 순간을 조명합니다.


1971년 이미 미국은 베트남 전쟁을 지속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산주의의 척결’이라는 명분하에 미국의 청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정부의 보고서에도 지금 이 상황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적혀있죠. 물론, 반전 운동마저 거세진 당시 상황에서 그 보고서가 밝혀질 경우 여론이 난리가 날 것임은 자명했습니다. 그래서 그 보고서는 일급 기밀로 취급되었습니다. 물론, 그 일급 기밀은 댄이라는 한 국방부 직원에 의해 뉴욕 타임즈로 유출되었고, 세상은 뒤집혔습니다.


보고서에 적힌 내용은 그냥 ‘베트남 전쟁 참전이 잘못되었다.’ 라는 취지의 내용만 적혀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7천 쪽에 달하는 보고서에는 6.25전쟁 이전 트루먼부터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에 이르기까지 미국이 베트남에 무력행사를 하고자 했고, 그를 위한 노력이 전부 적혀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위의 모든 대통령은 절대 베트남에 미국의 무력행사가 있을 리 없다고 거짓말을 쳤습니다. 국민을 상대로 한 정부의 희대의 사기극, 이미 반전 여론이 커질 대로 커진 상태에서 정부의 거짓말은 국민의 분노에 불을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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