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소녀>
요즘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그 어느 때보다 규칙적인 삶을 보내고 있습니다. 8시 기상, 8시 30분 출근, 9시부터 18시까지 근무, 18시 30분 귀가, 20시 까지 식사 및 집안일 1시까지 독서, 게임 등 개인 시간, 1시 취침. 술을 열심히 퍼먹던 대학교 때 당연히 규칙적인 생활을 할 리는 없었고, 군대에서도 교대로 돌아가는 스케줄 근무인지라 규칙적인 하루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전 회사에서는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통에 근무 시간이 들쭉날쭉했었죠. 그래서 저 정해진 시간표가 너무 어색합니다. 이제는 지루함마저 느껴지곤 합니다. 그렇게 싫던 서울 출장이 이제는 좀 기다려지는 것을 보면 확실히 좀 오래 이 일상이 반복된 듯합니다.
마냥 이 일정이 반복되는 것만 같아 보이지만, 분명 그 속에는 늘 변화가 있습니다. 어느 날은 카풀을 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버스를 타기도 합니다. 반복되는 업무도 있지만, 그날그날 생기는 업무도 있죠.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고, 비가 오기도 합니다. 점심에 짬을 내 산책을 하는 날도 있고, 그냥 박물관 앞 연못을 바라보는 날도 있죠. 이렇게 평범한 날이 있는가하면 실수를 하는 날도 있고, 운이 없어 일이 잘 안 풀리는 날도 있습니다. 물론, 운이 좋아 종일 기분이 좋은 날도 있죠. 이 일상 속에서 그럼 한 번 상상해보죠. 모든 시간이 그대로 흘러가는데 나만 하루 정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면? 아마도 그 모든 불운을 피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겁니다.
고등학생인 마코토는 평범한 학생입니다. 학교에 지각 직전에 도착하고, 수업시간에 가끔 잠도 자며, 주번의 업무를 잘 까먹는 어느 학교에나 한 명씩 있을 듯한 그런 학생입니다. 평범한 마코토의 일상을 바꾸는 일이 일어납니다. 예정된 기차 사고를 당할 뻔한 순간 시간이 과거로 돌아간 것이죠. 여러분은 과거로 돌아가면 무엇이 하고 싶은가요?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또를 사거나 쌌던 주식을 사두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런 속세에 찌든 생각 말고 일상의 무언가, 정말 평범했던 하루에 끼워 넣고 싶은 무언가, 그런 것은 없나요? 마코토는 동생이 먹어버린 푸딩을 먹기 위해서, 그제 저녁으로 나왔던 철판구이를 다시 먹기 위해서, 친구들과 함께하는 노래방으로 오래 즐기기 위해서 시간을 돌립니다. 아, 시간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만 돌립니다. 정확히는 혼자서 시간을 뛰어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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