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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마법이기를

<라라랜드>

by baekja

마법은 뭘까요? 마법이랑 가장 가까운 마술이란 단어로 먼저 비교해 보겠습니다. 마술은 기술입니다. 이것이 불가사의하고 초자연적인 현상이라고 믿게 하는 기술이죠. 아무리 신기해도, 믿을 수 없어도 기술은 인간이 구현한 것입니다. 재능 있는 사람이 노력만 한다면 얼마든지 따라할 수 있죠. 마법은 다릅니다. 기술이 아니라 일종의 법칙입니다. 불가사의하고 초자연적인 현상을 일으키는 법칙. 사실 법칙이라고 부를 수도 없을 겁니다. 불가사의하고 초자연적이라는 말에는 인간이 이해하여 법칙이라고 이름 붙일 수도 없으니까요. 결국 마법은 인간에게 불가해하고, 다가갈 수 없는 무엇처럼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법은 더욱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상상력을 동원하여 마법이란 단어를 구체화하죠.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이 마법은 인간의 감성을 자극할지언정 이성으로는 절대 이해될 수 없는 무언가입니다. 그래서 마법은 늘 인간의 주류에서 배척받아왔습니다. 신을 믿던 시대, 그들이 신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모두 마법이라 칭하였고, 이 마법은 이해할 수 없기에 세상에서 부정당했습니다. 인간의 이성, 계몽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마법은 허무맹랑한 소리라며 배척받았습니다. 지금에 와서 다양성의 시대에는 마법이라는 단어는 인정받았지만, 여전히 마법은 시대의 주류, 과학의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기에 늘 변두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마법을 갈망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의 선에서 벗어나 있기에, 늘 반복되는 ‘일상’의 반대편에 서있기에 삶에서 마법이 이뤄지기를 종종 바랍니다. 고집 센 재즈 연주자 세바스찬도, 꿈을 향해 달려 나가는 배우 지망생 미아도 모두 삶의 마법을 바라는 이들입니다. 기적 같은 한순간이 그들에게 다가와 키보드 연주 알바생과 카페 알바생으로 일컬을 수 있는 그들의 삶이 마법처럼 바뀌기를 바랍니다.


사실 그들의 꿈에서 마법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원하지 않는 곡을 남의 명령을 들어가며 꾸역꾸역 연주하고, 오디션에서 매번 떨어지는 그들의 삶은 평범한 일상이자 모두가 겪는 절망의 언저리에 놓여 있습니다. 그들의 삶을 잠시나마 마법으로 이끈 것은 누구나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할 그 두 사람의 만남입니다. 서로에게 불쾌감을 주며 악연으로 시작한 만남은 만남의 연속이 이어지며 필연으로 이어졌고, 노을 지는 저녁 하늘 아래에서 둘의 마음은 하나로 합쳐집니다. 자신의 꿈을 사랑하는 남자와 꿈을 향해 달려가는 여자는 만나 꿈같은 마법을 만들어내 별빛 아래에서 춤을 춥니다.


하지만, 우리네 삶은 일상이기에, 마법과는 거리가 멀기에, 그 순간은 무척 짧습니다. 꿈은 현실에 무너지고, 낭만은 자본과 타협합니다. 먼저 타협한 것은 남자입니다. 자본 없는 미래, 낭만과 꿈만 있는 미래로만 나아갈 수 없었던 남자는 자기가 원하는 음악을 버리고, 돈을 벌기 위해 이름 있는 밴드의 연주자로 들어갑니다. 타협한 남자와 달리 불안한 마음을 가진 채 좁디 좁은 길을 걸으며 배우의 길로 나아간 여자는 대중의 비난에 직면하여 벽에 부딪힙니다. 상황의 맞지 않음에서 생긴 불협화음은 서로를 갈랐고, 큰 갈등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것만큼은 놓지 않았기에 서로의 길이 갈렸을지언정 서로의 성공만은 끝까지 빌어줍니다.


5년 후, 마법처럼 둘은 성공가도를 걷습니다. 남자는 자기가 원하는 재즈카페를 차렸고, 여자는 톱배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길을 걷는 서로의 옆에 그토록 그들이 사랑했던, 그들에게 꿈과 낭만만 존재했던 그때, 삶 속에 낭만을 일으켰던 둘은 없습니다. 소식조차 듣지 못했던 그들은 처음 그러했던 만남처럼 우연을 가장한 운명으로 다시 마주칩니다. 늘 그녀를 위해 연주했던 재즈가 울려 퍼지고, 있지 않을 한 시간의 축이 움직여 마법의 삶을 자아냅니다. 그 끝에는 분명 현실만이 남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웃음만이 남습니다. 그 마법의 지금의 일상을 만들어냈기에.


9시 출근 6시 퇴근. 반복되는, 쳇바퀴 마냥 돌아가는 삶에 마법은 없습니다. 주어진 일을 해나가고, 누군가와 실없는 대화를 하다 마지막엔 침대에 누워 잠을 자는 그 모든 삶의 순간들은 매번 똑같고 지루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법을 바랍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나날들의 벽 앞에 무력함을 느끼며 한숨을 내쉴 뿐입니다. 그래도 별 가득한 밤하늘 아래서 춤추는 것처럼, 한 곡의 음악으로 시간을 거스르고 삶을 바꾸는 상상을 하는 것처럼, 마법은 생각보다 조금 단순하고 가까이 있을지 모릅니다. 이는 막연한 기대일지 모르나 그 기대감마저 없다면 삶은 너무나 삭막하겠죠.


매연 가득한 잿빛의 도시 위로 별이 비춥니다. 별빛에 취해 남자와 여자가 춤추며 서로를 향해 마주보고 웃던 그 마법을 떠올리며 질문을 던집니다.


“별들의 도시여

나를 위해 반짝이나요?

별들의 도시여

이렇게 빛나 보인 적이 없었어요.”


“City of stars

Are you shing just for me?

City of stars

You never shined so bright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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