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는 뜬구름을 잡고 싶어서

by baekja

‘작가’ 이 짧은 단어가 보여주는 광경은 무척 달콤하고 아름답지만, 그 단어 하나로 나아가기 위한 여정은 쓰고 거칠며 어렵습니다. ‘작가’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 느낌만은 어렴풋이 와닿는 것이 있어 저의 어렸을 적 꿈에 ‘작가’는 단 한 번도 등장하지 못했습니다.


군인, 피아니스트, 우주과학자, 역사학자 등등 뭇 어린아이들이 그러하듯 저 또한 다양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 꿈은 조금 허황되고 유치할지언정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제게 있어 그런 꿈은 아니었습니다. 간절한 소망이나 소원이 아닌 완전한 뜬구름.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작거나 전혀 없는 허무한 기대나 생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이 뜬구름을 잡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없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초등학교 국어 수업, 자유 작문 시간. 말 그대로 지금 관찰한 것이나 떠오르는 것을 글로 쓰는 시간. 기껏해야 일기나 보고서가 평생 써온 글의 전부였던 저는 제가 썼음에도 기억의 편린조차 차지하지 못할 글을 썼었습니다. 오히려 제 글이 차지하지 못한 제 기억의 편린은 한 친구가 쓴 글이 가득 메웠습니다. 창문 밖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적은 글은 어릴 적의 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소재였고, 문장이었습니다. 그때 '저 친구보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생각은 더 깊어져 '글을 정말 잘 쓰는 사람, 작가가 되어 보고 싶다.'는 마음속 조그만 바람을 만들었습니다.


신경 쓰지도 않던 뜬구름은 잡아보고 싶은 뜬구름으로 변하였습니다. 정신없이 입시 공부를 끝내고 맞이한 20대. 첫 2년을 술로 날려 보내고 군대에서 1년 반을 보낸 후에야 제 삶을 되돌아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3년 반 동안 조금씩 해오던 인문학 공부. 술을 먹으면서도 눈에서 놓지 않았던 글들. 그 과정에서 쌓인 ‘나’라는 존재. 이제 그것을 표현해 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생겼습니다. 뜬구름은 쌓여 먹구름이 되었습니다.


시작은 ‘나와 그 주변’이었습니다. 당장 보고 있는 ‘군대’라는 환경은 새로웠고 고요했으며, 사회와 나를 처음 부딪치게 했습니다. 이제껏 쌓아온 나와 새로운 환경의 만남은 이야기를 끊임없이 생성했으며 그걸 풀어내는 방식으로 '글쓰기'를 택했습니다. 페이스북에 쓴 첫 글은 많은 응원을 받았으며 그 응원은 ‘작가’라는 꿈을 명확히 가지게 했습니다. 꿈에 새긴 단 두 글자로 된 단어는 이제 망상이 아닌 소망으로 변했습니다.


2년 동안 글을 쓰자 한계에 막혔습니다. 제 글은 읽는 사람들만이 읽는 글이 되었고, 불특정 다수가 읽는 글은 되지 못하였습니다. 더 많은 이들이 내 글을 읽을 수 있는 플랫폼에 목이 말랐고, ‘브런치’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써둔 글을 모아 브런치 작가가 되고자 신청 버튼을 눌렀습니다.


합격에 대한 기대와 설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뒤섞인 심사 기간의 끝에는 작가 합격이라는 결실이 있었습니다. 제 꾸준한 글쓰기가, 포기하지 않았던 노력이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틀에 박힌 컴퓨터로 저장된 합격 메시지겠지만, 처음 듣는 ‘작가’라는 단어는 제 심장을 뛰게 했습니다. 적어도 누군가에게 내가 작가라고 불릴 기회를 잡았다는 생각에 들떴고 행복했습니다.


브런치를 한 지 5년째 저는 여전히 ‘작가’를 꿈꿉니다. 현실적 의미의 작가는 ‘글로 돈을 벌어 먹고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저는 여전히 저기 저 먼 하늘 위를 떠다니는 이제는 조금 잡힐 듯도 한 먹구름을 향해 손을 뻗어봅니다. 하지만, 글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며 누군가에겐 인정받는다는 의미의 작가는 브런치를 통해 이미 이루었습니다.


누군가가 제 글에 라이킷을 달고, 응원을 해줄 때마다 저는 제 작가로서의 삶이 끊이지 않고 이어짐을 느낍니다. 절대 나와는 관련이 없을 것 같던 뜬구름은 먹구름으로 변해 조금씩 조금씩 메마른 땅 위의 제게 빗방울을 떨어뜨려 주었습니다. 브런치는 이 모든 과정을 저와 함께해주었고, 제 삶의 한 부분을 구성하였습니다. 망상을 소망으로 바꾸어준, 그리고 소망을 현실로 다가오게 한 브런치는 지금 제 꿈을, 그리고 제 삶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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