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칼럼] 토리시키 - 닭의 사계, 장인의 손끝

야키토리 장르에 진심인 한 장인의 부채와 감각

by 세련된미식가 세미

불 앞의 장인, 부채로 온도를 조율하는 사람



청담동의 야키토리 전문점 ‘토리시키’는 처음부터 특별했다. 입구를 열고 들어서면 눈에 띄는 것은 오픈 키친 너머 불 앞에 선 셰프 이상협. 이곳의 모든 꼬치는 그의 손끝을 지나 나무꼬치 위에서 탄생한다. 하지만 진짜 놀라운 장면은 그다음이다.



타오르는 불 위에서 끊임없이 부채질을 반복하는 그의 동작. 불은 늘 일정하지 않다. 숯의 상태, 기름의 낙하, 실내 공기의 흐름, 손님이 많은 날과 적은 날의 시간 간격까지, 그 모든 변수를 조율해 하나의 꼬치를 내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단순한 ‘굽기’가 아니다.



야키토리 장르에서 부채는 불의 온도를 다스리는 유일한 아날로그 도구이며, 셰프의 감각과 인내를 상징하는 장치다. 이곳에서 셰프의 부채는 이미 가장자리 일부가 타들어 가 있었다. 그것이 이 집을 신뢰하게 만든 첫 번째 이유였다.


후쿠오카에서 가져온 사계절의 감각


셰프 이상협은 후쿠오카에서 3년간 어학연수를 하고 나카무라 조리제과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정통 야키토리 전문점 ‘군조(軍ぞう)’에서 4년간 실무 수련을 받았다. 한국에 돌아와 서래마을의 야키토리집 ‘쿠시호’를 맡았고, 2023년 6월, 자신만의 공간인 ‘토리시키’를 열었다.



‘닭의 사계절’이라는 의미의 상호처럼 그는 일본 야키토리의 정수를 한국에 녹여낸다. 특히 후쿠오카 지역에서 경험한 코스 전개 방식을 바탕으로, 단순히 꼬치를 나열하는 식의 구성에서 벗어나 전체 흐름과 밸런스를 고려한 구성으로 이어간다. 토리시키의 코스는 야키토리뿐 아니라 일품요리, 식사류, 디저트까지 포함한 하나의 긴 이야기처럼 전개된다.


불과 감각, 부위에 따라 달라지는 온도의 서사



시작은 고마아지(ごまあじ). 깨 간장 소스를 얹은 전갱이 사시미는 산뜻한 출발을 알린다.



이어지는 츠쿠네(つくね)는 닭다짐육에 연골과 달걀노른자를 넣어 완성한 일본식 닭완자다. 이 집의 츠쿠네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겉바속촉’을 구현한다. 화력 조절이 핵심이다.



다음은 압도적인 임팩트의 안키모 부르스케타. 바삭하게 구운 바게트 위에 부드럽게 무스 화한 아귀 간을 올리고, 다진 오이 피클과 무순으로 정리를 더했다. 불이 아닌 구성이지만 감각적인 흐름 속에서 중간 템포를 완성한다.



네 번째 꼬치는 세세리(せせり), 닭 목살이다. 유연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초벌 없이 센 불에 단숨에 익힌다.



다섯 번째는 대동맥(ヤゲン なんこつ). 얇은 연골과 닭기름이 붙은 부위로, 기름기가 숯불 위로 떨어질 때 발생하는 순간적인 고열을 노려 바삭한 식감을 완성한다.


육즙의 질감, 불 앞의 타이밍을 잡는 법



여섯 번째는 모모(もも), 허벅지살이다. 츠쿠네처럼 겉바속촉을 노리되, 더 탄력 있는 육질을 유지해야 하므로 처음부터 센 불이 아닌 중간 불에서 서서히 단단함을 살린다.



다음 꼬치는 에비마키(海老巻き), 대형 타이거 새우에 트러플을 올린 구성이다. 새우의 속을 과하게 익히지 않으면서 겉은 충분히 익히기 위해 끊임없는 부채질로 불 조절이 필요하다.



여덟 번째로 나온 단호박 고로케는 코스의 고조된 분위기 속 작은 휴식처럼 등장한다. 부드러운 재료가 입안을 리셋해 준다.



그다음은 가와(皮), 닭 껍질이다. 미리 초벌을 해 기름을 빼고, 다시 타레(간장 베이스 소스)에 적신 뒤 재차 굽는다. 껍질 특유의 쫄깃함과 바삭함이 함께 살아있는 이 집의 명물이다.


야키토리의 끝, 온기와 냉기를 오가는 마무리



열 번째는 따뜻한 국물 요리 미즈타키(水炊き). 닭 뼈로 낸 맑은 육수에 부드러운 안심살을 곁들여 완성한 일본식 삼계탕이다. 숯불의 뜨거움에서 벗어나 속을 데우는 역할을 맡는다.



마무리는 히야시우동(冷やしうどん). 쯔유의 간이 정갈하게 잡힌 냉가락국수 한 그릇이 숯불의 여운을 차분히 식히며, 식사의 마지막 페이지를 덤덤하게 덮는다.


온도와 질감의 전환, 짠맛과 단맛의 균형까지—단순한 가락국수 한 그릇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된 흐름 속에서 놓인 정점이다. 이 모든 장면은 오직 감각을 지닌 손끝에서만 가능하다.



진심이라는 온도



야키토리는 일본에서 흔히 대중적 요리로 분류되지만, 그 안에도 분명히 장인의 세계가 존재한다. 토리시키의 야키토리는 그런 구획 안에 속하기보다, 오히려 그 경계를 넘는 쪽에 가깝다.



정밀하게 계산된 불의 온도, 부위별 식감에 맞춘 화력 조절, 하나의 코스처럼 설계된 흐름 속에서 이 집은 ‘닭 요리’라는 장르에 대한 한 사람의 진심을 오롯이 드러낸다. 셰프 이상협은 “닭을 사계절 내내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이라는 의지를 상호에 담았다고 말한다.



후쿠오카에서의 수련과 기억, 그리고 불 앞에서 매 순간 부채질을 이어가는 손끝의 감각이 이 집의 모든 접시에 녹아 있다. 야키토리라는 장르에 진심인 한 사람, 그 감각이 서울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온도를 만든다.


그리고 그 불의 진심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결국 쇼쿠닌(職人)—장인이라는 말 앞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 이 글은 정식 언론사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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