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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영이 Nov 16. 2024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아침저녁 바람은 옷차림을 바꾸어 놓았다. 아파트 베란다 너머 산자락 나뭇잎 색깔도 붉고 노랗게 갖가지로 변하고 있다. 평생학습관에서 함께 교육받은 후 동아리를 만든 구성원들이 첫 번째 번개 모임을 가진다. 우여곡절 끝에 목요일 아침  돌산 입구에서 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먼저 도착한 일행과 인사를 나누는데 떡을 준비한 분, 음료를 준비한 사람 등 개인적으로 채비를 많이 한 모습이다. 애초에 등산 참여 의사를 밝힌 아홉이 모이는데 아직 한 사람이 도착하지 않았다. 총무가 전화 통화를 하는데 십여 분 뒤 모습을 나타내었다. 인사를 나눌 겨를도 없이 산행이 시작되었다. 임도를 따라 오르는데 공사 안내문이 길을 가로막는다. 치유의 숲 시설을 하느라 중장비가 동원되고 완만한 경사 길이 차단되어 학교 옆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십 여 분쯤 걸었을까 쉼터에 앉아 당분을 섭취하고 물 한 모금을 마신다. 이어진 산길은 싱그러움을 안겨 준다. 이윽고 개울을 만났다. 골짜기에서 모인 물웅덩이에 송사리 떼가 한가로이 헤엄친다 인기척에 놀라 돌 틈으로 몸을 비집는다. 지나는 말로 ‘몇 마리 건져내어 매운탕 어떠냐’고 쉰소리를 한다. 골짜기 물이 맑고 시원하여 엉덩이를 평평한 돌에 눌러 앉혔다. 이때 누군가가 간이용 버너를 꺼내어 커피 물을 데운다. 아침 차 한잔을 준비하는데 골짜기 흐르는 물소리에 커피까지 접하니 자연 속의 카페가 으뜸이다. 신선한 바람과 함께 진하게 와닿는 커피 향은 가을 산행을 풍족하게 만든다.

    가파른 돌길을 오르는데 저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감탄을 한다. 오랜만에 찾은 승학산의 변화를 느끼면서 억새 군락지를 찾아간다. 두서너 명은 오르지 않고 쉼터에 자리를 잡는다. 발길을 옮겨 정상으로 향하는데 이전의 억새가 보이지 않는다. 승학산의 명물, 아니 사하 팔경으로 손꼽던 풍경은 오간데 없고 흔적만 보인다. 곳곳에 뽐내던 억새 군락은 사라지고 칡덩굴과 인위적으로 손길은 보탠 영산홍이 길 옆을 차지하고 있다. 전망대에서 목을 축이고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낙동강 하구뿐만 아니라 서부산권이 한눈에 들어온다. 달라지는 지역 모습을 본다. 멀리 다대포 모래톱은 어느새 명지동까지 이어질 모양새다.

   일행의 발걸음이 목소리를 눌러 정상에 오르지 못한 나머지 사람들과 만남이 이루어졌다. 과일과 음료로 휴식을 대신하였다. 이제는 마음 가벼운 하산길이다. 꽃마을로 향한다. 지나는 길에 갖가지 수석으로 채워진 공원에 오감이 호강을 한다. 주변 정리가 잘 되어 도심 속의 문화 공간으로 쉼터가 되어간다.

   세월의 흐름 속에 자연의 변화를 마주한다. 이맘때면 산 정상 가는 언저리에 은빛 물결을 이루는 억새 군락지 구경으로 가을이면 어김없이 몸살을 앓던 승학산이었다.    사라져 가는 억새 밭은 이전의 유명세를 잃어가고 있다. 전국적으로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찾을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 이렇게 바뀔 수 있을까 싶다. 정상 아래 이어진 언덕 옆 자락에 억새 명맥만 겨우 유지할 정도다. 어떻게 이 년 여 사이 이처럼 달라진 모습이 되었을까?

    사람 사는 모습도 이와 같지 않을까?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정을 주고받은 이들이 홀연 자신만을 내세우고 주변은 아랑곳 않는 입장이 된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던가. 자연이 이럴진대 인간 세상은 오죽하랴. 변함없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람이 많은 세상,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삶을 함께 누려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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