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다니면서 시작된 텃밭 일구기는 단조로운 삶에 변화를 주는 좋은 터전이 되었다. 공공기관에서 주관하는 공모 사업에 선정되는 계기로 작물과 가까이하였다. 해가 거듭될수록 텃밭 농사가 쉽지 않음을 깨닫는다.
작물 재배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요령으로 치달았다. 일 이년이 지나면서 잡초와의 전쟁을 비켜 갈 수가 없다. 내 가족이 먹는 농산물이기에 애당초 제초제는 생각에 없었다. 부직포와 폐현수막이 밭고랑에 진을 친다. 일주일에 한 번은 들러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격 주나 며칠 만에 마주하는 텃밭은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변모해 있다. 제멋대로 자란 잡초들 속에 겨우 명맥만 유지한 작물이 애처롭다. 주인 잘못 만난 탓이리라.
어떻게 하면 텃밭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 작물 재배에 결국은 힘 적게 들이는 꾀를 내는 일이다. 멋 모르고 시작한 고추 농사는 다른 작물 재배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풋고추가 자라 붉은 고추로 바뀌면서 손길이 더 자주 간다. 그렇지 못하면 제대로 된 열매를 얻는 기대는 할 수가 없다. 붉은 고추 농사를 노지에서 지어 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일 테다.
지자체에서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에서 만나 이수하면서 인연이 되었다. 시내 외곽에서 도시 농부 아니 농업지도사로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면서 토양에 맞는 농사법을 알리고 있단다. 여가가 생겨 텃밭을 찾아갔다. 강변에 자리한 텃밭은 이랑이 가지런히 지어져 생소한 작물까지 다양하게 가꾸고 있다. 농작물이 잡초에 뒤엉켜 어수선해 보이지만 친환경 농법을 한단다. 왕겨와 은행잎, 길바닥에 나뒹굴어 천덕꾸러기 신세인 은행열매를 모아 끓인 물로 벌레 퇴치용으로 쓴단다. 역발상이다. 도시 아파트 단지나 도로를 뒤덮는 쓰레기가 요긴하게 쓰인다. 환경미화원들이 모은 포대기를 반가움으로 건네받는 날을 기다린단다.
이랑에 비닐 멀칭하는 방법도 바뀌고 있단다. 텃밭 일을 늦게 시작한 초보자에게 좋은 동반자의 이론과 실전의 기법 하나하나가 놀랍다. 널브러진 빈터를 지날 때면 ‘저 땅을 왜 그냥 두었지, 이런 걸 할 수 있는데’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관심사에 따라 사물을 보는 태도가 달라지는 게 당연한데도 새삼 또 느낀다.
시골에서 연세가 높은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지내는 것 중 하나가 틈틈이 밭에 나가 작물을 돌보면서 신체를 움직이는 일이란다.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어느덧 직장에서 소임을 다하고 물러난 중년의 몸으로 도심의 복잡한 공간에서 벗어나 전원 속에 파묻힌다. 번잡한 머리를 비워내는 데 흙속에 파묻혀 지내는 일만 한 게 또 있을까.
작물은 사랑을 준 만큼 결실을 가져다준다. ‘곡식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라고 했다. 일선에서 물러나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교실에서 학생들을 만난다. 조급함보다는 느긋함으로 임한다. 차분하게 기다리는 시간이 늘어난다. 결국은 마감 시한에 쫓겨 닦달하기도 한다. 교육만큼은 예외인듯하다. 들인 정성만큼 결과가 따르지 않는다. 당연한 결과로 여겨진다. 개개인의 가진 성향이 달라 같은 결과를 낼 수 없다.
젊은 동반자를 만났다. 추구하는 방향이 한 곳으로 모여지니 마음이 잘 맞다. 알려주고 알아가는 낱낱이 새롭다. 교학상장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식물 재배와 학생 교육은 같음과 다름이 존재한다. 다음의 만남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