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택시]

by 우영이

여행은 새로움을 가져다준다. ‘희망차게 여행하는 것이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좋다’라고 했다. 무작정 떠나는 기차 여행은 더더욱 그렇다. 일정에 맞춰 표를 예매하고 기다리는 마음은 어린 소녀처럼 즐겁다. 수학여행 앞둔 학생인듯 그날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시간에 맞춰 도시철도를 타고 약속 장소로 향한다. 사전에 걸리는 시간에 따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섰다. 일행들이 어디쯤 왔을까 문자를 넣는데 벌써 도착한 이들이 있다. 출발 시각까지는 여유가 있어 주변 간판과 시장 풍경을 눈에 담고 역에 도착하였다. 높다란 계단을 올라 역내로 들어서는데 멀리서 손짓으로 인사를 건넨다. 면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다가선 나에게 아래위를 훑어본다.
출발까지 그동안 지냈던 이야기로 이어가는데 흰 봉지에서 삶은 달걀과 캔 사이다를 들이민다. 소풍 느낌 살리려고 준비했단다. 학창 시절 한 방울이라도 남기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사이다병을 기울이던 모습이 차 창 밖으로 스치는 전봇대처럼 지나간다.
달리는 기차 너머 보이는 풍경은 도심 콘크리트 건물을 지나 어느덧 바다다. 동해의 짙푸른 물결이 다가온다. 승용차로 달릴 때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좌우 시차를 두고 고개가 오간다. 도로가 확장되기 전 꼬불꼬불한 7번 국도 따라 바다를 오른쪽에 두고 수평선까지 가슴에 담던 시절이 아득하다.
좌석은 서로 마주 보고 앉아 가도록 위치를 돌려 돈독함이 거리로 대신한다. 목적지까지 두 역이 남았다. 동해선이 개통되면서 이용객이 늘어 휴일에는 몇 주 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원하는 시간대에 오갈 수가 없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다. 상행선은 표를 끊었으나 돌아오는 것은 구하지 못해 환승 표로 대신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시각은 점심쯤이다.
기차역을 나오면서 확인하였는데 관광택시 제도가 있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할 때는 3일 전 예약할 때 이용이 가능하였다. 그런데 당일 전화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안내문에 쾌재를 부른다. 군청 담당자에게 연락하여 예약하면서 겸해 식당까지 선택할 수 있었다. 관광택시 비용은 지역 홍보 차원에서 시간당 전체의 40%만 이용자가 부담한다. 일거양득이다. 편하게 관광지 안내를 받으면서 싼 가격으로 지역을 둘러볼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걸어서 몇 분 거리에 있는 횟집에 들러 회덮밥과 물회를 주문한다. 매운탕과 곁들여 나온 음식은 이른 점심인데도 숟가락이 멈추지 않는다. 노릇노릇 구워진 생선은 입맛을 돋운다.
택시 기사의 여행지 안내는 초행길의 우리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구세주다. 초가을 땡볕을 피해 편백숲을 걷다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백사장을 접한다. 오늘따라 파란 하늘은 구름조차 찾기 어렵다. 일렁이는 파도는 사뭇 태풍이 몰려오나 착각할 만큼 쉼 없이 물거품을 일으킨다. 백사장에서 바라보는 동해는 저 건너 수평선 끝까지 눈에 담긴다. 매일 접하는 바다지만 색다른 면을 보여준다.
하루해가 아쉽다. 기차 시간에 쫓기어 동해 물결을 뒤로하고 귀갓길에 접어든다. 기사의 도움으로 환승 열차 목적지를 애초와 달리 부산역으로 바꾸었다. 집으로 향하는 시간이 두 시간 앞당겨진다. 세상은 혼자보다는 함께할 때 유용해진다. 일상에서 서로의 하루를 모아 새로운 시간을 어울렸다. 어쩌면 갑작스러운 실행이 기대감과 신선함을 안겨주지 않았을까. 머지않은 날 훌쩍 떠나는 기차 여행이 언제 또 있을까?
동향이라는 이것 하나로 서로가 더 가깝게 지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세세하게는 모르고 지냈던 그들의 삶에 귀를 기울인다. 헤쳐 나온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같은 목적으로 모인 우리에게 건강한 삶을 외쳐본다. 모이는 그날까지 재미있는 인생을 펼쳐보자. 의미 있게 하루를 채워나가자.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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