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

by 우영이

가을이 깊어가는 시월이다. 어느덧 절기는 가을의 쾌청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밤 기온이 뚝 떨어져 서리가 내리는 상강이다. 단풍과 국화가 흔하디 흔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텃밭에는 여름을 견뎌낸 작물들이 하나둘 수확의 길로 접어든다. 잡초와 한여름의 땀방울로 얼룩진 하루하루가 쌓여 열매를 맺었다. 누렇게 익은 맷돌 호박이 툇마루에 쌓이고, 줄기가 굵게 뻗은 고구마잎은 아직 푸른데 성급하게 뿌리를 파낸다. 농부의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알곡을 주워 모은다. 기대와 달리 큼직한 알맹이를 안겨 주기도 하고, 겨우 생기다만 듯한 꼬투리를 만나기도 한다. 같은 조건에 이처럼 다른 결과는 어떤 이유로도 설명이 불가하다. ‘콩 심은 데 콩 얻어진다.’지만 초보 농사꾼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보잘것없는 수확물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입가에 웃음을 안긴다. 행복이 이런 것인가. 작은 낟알 하나가 이리 큰 결과물을 가져다줄 줄이야. 새파란 깻잎은 밑반찬과 쌈 거리가 되어 주었고, 풋고추는 좋은 양념으로 다가왔다. 텃밭 농사가 이어지면서 다품종 소량 생산이 세 식구에게 신선한 푸성귀를 제공해 준다. 이게 땅에서 손수 가꾸어 얻는 기쁨이 아닌가.
친환경 재배가 기본이다. 화학 퇴비와 농약은 멀리하고 유기농법에 따라 작물 재배 요건을 배워간다. 내가 먹고 가족의 밥상에 올리는 찬거리다. 주변 환경이 여의치 못해 수확물은 소소하다.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이다. 제때 약제를 처치받은 깨끗한 농작물은 애초에 생각지 않는다.
단감은 아직 질감이 연해지기도 전에 감잎이 벌레들에게 잠식당해 앙상한 가지 끝에 대롱대롱 열매만 매달린 꼴이다. 땅콩 이파리와 심지어 무화과도 예외가 없다. 억센 무화과이파리까지 야금야금 사라지게 만든다. 이전과 다른 작물의 재배는 예측불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영향이지 싶다. 멀리까지 원인을 돌아볼 필요도 없지 않을까.
김장용 무와 배추는 뿌리와 잎사귀를 키워간다. 크기가 어른 두 뼘 이상 자랐다. 웃거름 덕분인지 무성한 겉모습에 사뭇 기대한다. 몇 주 후에는 어떤 결과가 만들어질까. 시설재배와 노지 재배는 여러 가지 차이가 있다. 이는 작물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이와 유사하다. 교육은 양과 질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인위적인 테두리 속에서 간섭과 채찍이 동반되어 초목이 동량으로 커 가듯 작은 개체가 큰 인물로 성장해 간다.
교육의 결과는 진로의 선택으로 직결된다. 이것이 직업과 직장이라는 수확물로 이어진다. 일 년 중 지금이 가장 풍성한 시간이다. 열매를 거둬들여 갈무리하고, 또 다른 씨앗을 뿌리는 시기다. 노력을 들인 만큼 최종 결과물이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다. ‘농부는 종자를 베고 눈을 감는다’라고 했다. 씨앗만큼은 남겨 두는 것이 조상들의 지혜다. 그런데 지금은 이전과 달라졌다. 대부분은 모종을 따로 사서 심는다. 여건은 시시때때로 바뀌어 적응해 갈 뿐이다.
농사는 날씨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하늘이 농사의 반을 짓는다’라고 했다. 비와 기온이 맞아야 한다. 교육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제공되는 자료와 학습자의 의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고 달라질 수 있다. 가을걷이에 온 힘을 보탠다. 조력자로서 역할을 다시 챙겨본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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