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곱절인 이백을 넘겼고, 일 년의 시간이 흘렀다. 도서관과 글쓰기 강좌를 드나든 후 생활이 바뀌었다. 종이 반 페이지를 채우려 애쓰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한두 쪽은 시간이 걸릴 뿐 완성해 나간다.
글쓰기는 자신과의 시간 싸움이다. 한 번의 시도로 인터넷 작가라는 글쓰기 공간에서, 지금까지 겪고 간직한 이야기를 모으고 연마해 올린다. 첫 백일 간은 매일 한 편씩의 글을 연재했다. 하루하루 글 한 편을 쓰고 다듬는 과정은 하루 일 중 가장 신선하고 중요하다. 새벽 시간 거실에 홀로 노트북을 열고 빈 페이지를 엮어 나간다. 글의 양을 늘리고 질을 높이는 과정은 차츰 시간이 갈수록 손에 땀이 밴다. 저장하기를 제때 누르지 못해 다 쓴 글을 날린 적도 있고,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덮어 둔 노트북 배터리가 다 된 때도 있다.
글 꼭지 숫자가 불어나면서 장르도 변화를 준다. 수필과 시가 주 삼 회 연재로 바뀌었다. 서툰 인터넷 공간에 차츰 적응해 간다. 연재 이야기의 처리가 달라졌다. 내가 쓴 글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읽어지기를 바라는 바도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 글 쓰는 자체에 의미를 두고 지속한다. 나의 내밀한 이야기가 외부인에게 공개되는 일도 허다하다. 어쩌면 쓰기의 소재 고갈을 피하고 표현의 질을 높이는 방법에 고민한다.
강의하면서 겪는 일과 텃밭 가꾸기가 글감이다. 주변 사물에 대한 관찰 자체가 글로 만들어진다. 작은 사건 하나하나가 엮어져 문장으로 다가온다. 글 제목과 단어 선택에도 신중해진다. 백 일간 올린 글은 주제가 종잡을 수 없었다. 떠오르는 대상에 따라 검은 활자로 만들었다. ‘브런치스토리’라는 공간이 낯설었다. 글쓰기 강좌 수강 때 처음 접했다. 이제는 내가 푹 빠져 원석을 가공하는 대장장이가 된다.
작품이 다섯 개로 늘었다. 처음은 ‘산과 바다 사이’다. ‘동행의 흔적과 기억’이 두 번째다. 시리즈 물로 올리는 연재 브런치 북 제목들이다. 한 편씩 마감되고 권 수가 늘어가는 자체로 성취감을 얻는다.
월요일에는 수필을, 화요일과 금요일에는 시가 세상 밖으로 나온다. 사전 예약 글을 확인하고 저장된 내용을 챙긴다. 농부가 곳간이 비어 있으면 불안하듯이 저장물이 줄어들면 초조해진다. 예전과 달라진 것은 쓰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꾸역꾸역 메워 나가는 자세가 긍정적이다. 고민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나와 다른 사람의 삶에서 의미를 찾아간다.
믿음직한 후원자도 있다. 아내가 내 글을 가끔 들여다보고 느낌을 전한다. 가족에게 내용을 보인다는 자체가 부담이다. 으레 그들의 이야기와 마주칠 수 있으니 글 자체가 두렵기까지 하다. 독자가 정해진 글은 아니다. 어쩌면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욕심은 금물이다. '낭중지추' 주머니 속의 송곳, 좋은 글은 언제든지 드러나게 마련일 테니까.
읽고 쓰는 일은 끊임없는 과정이리라. 쓰기 위해 자료를 찾고, 읽은 글을 바탕으로 또 쓴다. 글쓰기를 넘어 책 쓰기도 도전해 볼 일이다. 오늘 당장의 일은 아니더라도 쓴 글이 모이고 모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독서 토론회와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이들이 재촉한다. 응원을 보낸단다.
하루의 경험이 나이 먹은 만큼 무르익어야 하는데 미치지 못한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이 차곡차곡 모여 나만의 책으로 표지 디자인과 제목을 상상한다. 언젠가 다가올 나의 책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