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집을 방문할 때쯤이면 으레 대청소부터 진행된다. 중요도나 친밀도에 따라 정도가 다를 뿐이다. 가구가 재배치되기도 하고 크게는 구석구석 단장을 한다. 전통적으로는 기본적인 법도에 가깝다. 아무렇게나 뒹구는 가재도구들은 질서를 되찾고, 일상의 모습으로 방치된 광경은 방문객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시간적인 여유에 아랑곳하지 않고 집 곳곳에 단장을 위한 예산이 모인다. 실내 개선을 위한 업자 선정부터 아내가 발품을 들인다. 한 푼의 비용이라도 줄이면서 품질은 최상으로 한다는 신념으로 견적을 복수로 받는다. 우리의 예상과 달리 선뜻 나서는 업체가 없다. 걸림돌은 집안 가구가 문제였다. 빈 곳이 아니기에 일의 진척이 더뎌 비용을 추가하더라도 시공은 후 순위다. 몇 군데 업체가 집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으며 시늉을 하였으나, 약속 시일이 지나도 가격을 넣어주지 않는다. 일하기가 번잡하다는 이유란다. 가구 등등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작업을 해야 하기에 더더욱 업체가 꺼리는 모양이다.
온라인에서 수소문해서 드디어 업체를 정했다. 일주일의 공사 기간과 큰 비용이 정해졌다. 기존 시설물 중 일부는 걷어내고 곳곳을 단장한다. 갈라지고 짓이겨 흠집이 생긴 마루는 교체하고, 벽체와 화장실까지 집을 송두리째 바꾼다. 일 처리에 따른 문제는 사방으로 퍼지는 먼지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과 주인장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있다. 그러나 기술자가 갑이다. 일의 진행 속도가 업자들에게는 돈과 귀결된다. 요즘은 재룟값보다 인건비가 대세다. 어느 일이건 다를 바 없다. 주인장의 요청에도 그때만 듣는 채 잠깐뿐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얇은 비닐로 가구를 임시로 덮는다.
첫날의 주 작업은 철거다. 먼지와 함께 시끄러움으로 아래 위층이 염려된다. 이튿날부터 정비에 들어간다. 새롭게 꾸미는 데에는 그만한 고통과 돈이 뒤따랐다. 계획과 달리 비용은 추가로 늘어난다. 애초에 생각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경비는 점점 불어나 몇 천으로 많아졌다.
집수리한다는 소식에 살기 좋아지겠다는 말과 더불어 새 식구 맞이하느냐면서 옆구리 밀친다. 정곡을 찌르는 사실에 아니라는 말 대신에 고개를 끄덕인다. 자식이 성인이 되고 난 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배필로 인생을 함께한다는 이야기는 부모로서 가장 원하는 일이다. 삼십 년 이상 서로 다른 환경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왔다. 가풍과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동반자로 길을 걷는 선택이 반갑다.
이보다 더 큰 손님맞이가 있을까. 집의 환경을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춰 가구와 여러 색깔 선택에 긴 시간이 들었다. 우리 부부의 흔적들은 차츰 묻히고 아이들의 기운을 기다린다. 나머지는 자식이 채워나갈 일이다.
인사가 오가고 서로의 집 방문과 식사 초대를 하면서 새 식구 맞이하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일정에 따라 둘의 일정표는 하나씩 채워져 가는 모양이다. 자식이 성인으로 자라 공식적인 어른이 되는 그날을 손꼽아 세어본다. 가족이 하나씩 늘어가는 즐거움이 이런 것인가. 자식 둔 부모의 마음을 뒤늦게 헤아린다. 세상 떠난 어른의 흔적이 눈에 밟힌다.
찾아오는 손님을 직접 만나지 못하는 슬픔이 밀려온다. ‘어버이 살아 실제 섬기기를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달프다 어이하리’. 돌아가신 후에는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나를 되돌아보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