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영이 Nov 23. 2024

[냄새나요?]

   문화 재단에서 모집하는 안내문을 보고 기행 참가 신청서를 냈다. 이병주 문학관 일원으로 다녀오는 당일치기 체험이다. 직장 동료와 동행을 하여 오전 일정을 끝내고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점심을 먹는데 같은 식탁에 앉게 된 분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평소 문화 활동에 관심이 있고 공연도 가끔 보러 다니는데 공연 티켓이 필요할 때 연락을 주면 티켓 제공도 해주겠단다.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에 솔깃하여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문화 체험을 계기로 안부를 묻고 공연 초대권을 받아 공연을 즐기는 시간도 가졌다. 자기 자신은 표현이 서툴 단다. 사회 관계망에 짧은 글을 올리면 아는 한도 내에서 표현을 고치고 바르게 정리하여 넘겨주는 일이 반복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편집자가 된 느낌이다. 문장 교정이 일상이다. 이른 시간이나 밤늦은 시간 구분이 없다. 업무로 피곤한 날은 귀찮을 때도 있지만 나의 도움이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는 생각에 또 수정을 해서 보낸다. 이따금 자녀 진로 문제도 이야기하게 되었다. 아이들 교육 문제는 부모 스스로 결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 나 자신도 그렇다. 자녀의 마음을 헤아리고 적성을 찾게 하는 일이 쉽지 않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정보를 다양하게 접하고 있는 입장에서 조언하고 자료를 제시해 주는 정도다.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은 오로지 자신과 가족의 몫이다.

    부모 입장에서 자식의 진로에 대한 걱정은 누구든 별 차이가 없을 터이다. 답답한 마음에 문제 해결 방법이 있을까 하는 작은 믿음에 연락을 했단다. 워크숍에 참가할 때였다. 행사장과 멀지 않은 곳을 지나는 길이란다. 긴 시간은 어렵지만 잠깐 여유를 가져본다. 행사장 입구 커피숍에 자리를 마련하였다. 차를 주문해 마시면서 이야기를 듣는다. 남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는 별로 없다. 결국 자기 자신과 주변 가족이 해결할 수밖에 없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자체로 스스로 문제 해결점을 찾아가는 것 같다. 자식의 앞날을 걱정하고 바르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은 같다. 부모의 마음은 다를 수가 없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힘들어하고 울먹이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다. 내가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어서 마음이 무겁다. 눈물을 흘리는 얼굴에 주름이 깊다. 옆에서 지켜보다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세 번 두드려 주었다. 얼굴을 쳐다본다. 잠깐의 시간이 흘렀다. 고개를 돌렸더니 느닷없이 입냄새가 나서 그러냐고 한다.

    삶의 나이테를 채워 가면서 누군가 내가 가진 능력을 믿고 도움을 요청할 때 주저 없이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고 행한 일에 회의를 가진다. 사회 전반에 개인주의적 성향이 퍼지고 있어 행동 자체가 조심스럽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결과는 그렇지 못한 듯하다. 예전처럼 문장을 받아 수정해 주고 고친 문장을 보고 즐거워하고 고맙다고 하던 목소리가 아련하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이라는 게 있다. 당사자는 어떤 생각에 그 같은 표현을 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지난날을 떠올려본다. 어느 순간부터 연락이 뜸해졌다. 내가 너무 박절하게 한 것인가. 나의 작은 조력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가의 이전글 [숨바꼭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