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다양한 인연으로 만남이 이루어진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는 오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요즈음은 다양한 사회 관계망으로 서로를 맺어간다.
아들이 결혼을 한 지 육 개월이 지났다. 결혼식 이후 지방에서 그리고 수도권에서 각자 직장 생활을 하며 주말 부부로 지내고 있다. 모처럼 시간을 내어 주말에 우리 부부가 터전을 마련한 시골집에 다니러 온다. 몇 달 전부터 날을 잡는데 드디어 오늘 내려오게 되었다. 그동안 손꼽아 언제 내려올지 많은 기대를 하였다. 새 식구가 한 집안에 녹아든다는 것이 어찌 쉽겠는가? 둘의 가정생활만 행복하게 이루어지면 된다는 인식이었지만, 자주 서로 얼굴을 맞대어야 그나마 없던 정도 쌓여 갈 것이 아니겠는가?
날짜가 정해졌다. 아들과 며느리가 온다는 소식에 아내는 이들에게 어떤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 줄까 고민하고, 먹고 싶은 게 무엇인지 확인하느라 가족 단톡 방의 알림음이 연거푸 울려 된다. 음식 재료는 산지가 골고루 나선다. 생선회와 숯불 구이용 고기와 오리 백숙까지 다양하게 준비가 되는 모양이다.
토요일 오전에 도착하여 짐을 풀었다. 잔디 마당 한쪽에 나무 테이블을 두고 햇볕 가리개를 펼쳐 방어와 광어회로 우리들만의 잔치를 연다. 방어회는 며느리가 좋아하고, 광어는 아들이 잘 먹는 회이기에 자식 부부의 음식 먹는 모습에 입 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그 틈바구니에 딸까지 젓가락이 쉼 없이 먹는다. 가족이 가뭄에 콩 나듯 한 자리에 모여 즐기는 시간이 기쁨을 두 배로 늘려준다.
식사 자리를 물리고 마당으로 이어진 앞이 툭트인 창고 건물로 향한다. 가족 대항 탁구 경기를 치른다. 아들과 며느리가 한 편이 되어 나와 아내를 상대로 복식경기가 이루어졌고 개별 리그 경기도 진행되었다. 처음 탁구 라켓을 잡아본다는 며느리의 경기 적응이 예사롭지 않다. 게임이 거듭 될수록 날아오는 공을 라켓으로 받는 자세를 넘어 공격까지 돋보인다.
어색한 며느리와 시아버지의 관계가 탁구라는 종목으로 운동을 통하여 거리감을 좁혀 가고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맙다. 엉거주춤 넘긴 공에 웃고 실수가 이어질 때는 서로에게 응원을 보내면서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를 만드는 것 같다. 서열 관계는 떨쳐버리고 경기 자체에 몰두하여 선의의 경쟁을 이끌고 있다. 며느리와 서로 공을 주고받는 가운데 탁구 네트를 정리하였다. 다음 만남에는 실력을 연마해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내세운다.
강변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가을이 깊어 물가 억새와 갈대는 바래진 모습으로 바람에 일렁인다. 오후 일정으로 저녁은 숯불 구이와 백숙이 식탁에 올랐다. 서로의 건강을 기원하며 건배를 하고 아들이 준비한 캠핑의 맛이라는 불멍 시간이다. 새로 장만한 불멍 도구에 참나무 장작으로 불을 붙이고 오로라를 곁들이니 별이 내리쬐는 시골 밤 풍경의 여유로움이 우리에게 웃음이 끊이지 않도록 만들어 준다.
새 식구를 맞이하고 처음으로 함께 누려보는 즐거움이다. 시골 주택을 구입하여 우리만의 전원생활을 꿈꾸며 사 개월을 맞이하였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며느리가 전원 풍경을 함께 누릴 수 있게 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자녀가 성장하여 가정을 꾸리고 그들이 서로를 챙겨주는 몸짓 하나하나가 예쁘지 않을 수가 없다. 가까운 날 잔디 마당에서 손주들이 가족과 웃으면서 뛰노는 장면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