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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피자]

by 우영이

오후에 결혼을 앞둔 아들과 몇 주일 만에 가족이 함께 모였다. 결혼은 문화적으로 차이가 있는 두 집안의 자녀가 만남을 계기로 새로운 가정이 만들어진다. 짧게는 20년 길게는 30년 이상 독립 개체로 생활하다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길이 부부다.


결혼식 전에 남은 몇 가지 절차와 그 이후 일정을 이야기하면서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무얼 먹을까? 선택의 고민을 하다가 입을 모은 것이 이전에 가 본 적이 있는 피자집이다. 근처 공용주차장을 들어가는데 주차 공간 빈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이리저리 헤맨 끝에 주차를 하고 피자집에 도착하였는데 입구부터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이름난 프랜차이즈 피자집이기에 그런가. 우리 정서에는 대기표를 받으면서까지 기다려 음식을 먹는 것에는 익숙하지도 않고 성미에 맞지 않다. 그런데 가족이 함께 한 자리인지라 오늘은 양보를 하기로 하였다.


입장표는 앱으로 방문자가 입구 기기에 입력해서 통보를 받는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마침내 우리 차례가 되어 좌석 안내를 받았다. 자리에 앉아 테이블 위에 놓인 태블릿으로 주문과 결제를 하는 사이에 웬 테이블 하나가 우리 자리로 접근을 하였다. 보통은 종업원이 다가와 필요한 것을 확인하는 것과 달랐다. 이전에 책이나 뉴스에서 접하던 모습이 현실화된 것이다. 처음 접한 터라 신기한 듯 좌석을 방문하여 접시와 기구를 전달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본다.


음식 전달이 끝나고 확인 버튼을 누르면 임무 완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로봇을 보면서 달라진 우리의 일상을 누린다. 눈앞에서 이루어지는 현실이 와닿지 않는다.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우리 앞에 펼쳐져 적응이 쉽지 않다.


문명의 혜택을 누리는데 격차가 크다. 노년층에서는 접근조차 해 본 없고 접해보는 것은 서툴다. 웬만한 곳에는 터치 몇 번으로 주문과 수령이 끝난다. 이런 곳에서 겪는 정보격차는 크다. 특히 기계치는 더 심하다. 달리 문맹이 아니다. 문자 해독에 관한 문맹은 줄었으나 정보화 문맹이다. 주변에 무료 강좌와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격차는 여전하다.


간단한 앱조차 다루기가 어렵다. 정보화 세대차다. MZ세대와 노인세대, 우리나라 고령화 추세는 세계를 놀라게 할 정도로 빠르다고 한다. 노인 인구 비율이 증가속도가 가장 앞선다. 주변에서도 자주 접한다. 컴퓨터를 그런대로 다루는 나도 크게 예외는 아니다.


정보화에 뒤처져 있는 세대에 대한 보완책이 강화되어야 한다. 각 기관에 개설된 강좌를 찾아 교육을 받는 사람은 그나마 다행이다. 평생교육과 성인교육 차원에서 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세대 간 격차와 정보 소외를 없애는 것은 어렵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일은 없다고 본다. 정보화 시대에 스마트폰 보급이 된 사회에서 유익하고 편하게 활용하는 기기를 지니고 있다. 지난날 각종 창구를 방문하여 행해지던 일이 지금은 대부분 한 자리에서 처리한다. 컴퓨터가 있는 자리에서 해결하던 것도 예외가 아니다. 달라진 모습이다.


현대 사회를 살면서 접해본 최근의 일은 새로운 경험이다. 각 매장에서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더 확산될 것이다. 문명의 혜택은 고마운 일이다. 인간과 함께 해 나가는 사회관계가 필요하다. 사회에서의 고립은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다양한 분야에서 스스로 선택하지 않더라도 소외되는 모습이 곳곳에 있다.


밝은 사회, 공평한 사회, 공정한 사회는 각자가 누리고자 하는 권익을 보장받는 것이리라.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과 소외받는 사람이 줄어 정을 느끼는 사회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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