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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바다]

by 우영이

새벽 햇살이 창 너머로 고개를 내민다. 언제부터인지 늦게 자고 일찍 잠을 깬다. 몇 년째하고 있는 운동을 핑계로 아침 시간을 시작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 새벽잠이 없어진다고 했던가? 어느 듯 내 나이가 잠이 적어지는 때 인가보다.

우리 사회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가운데 그중에서 특히 노인층의 비중이 높아지는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었다. 부산의 경우 65세 이상의 노령 인구수가 전국 평균보다 높은 20%를 넘었다고 한다. 초고령 사회가 부산만의 일은 아니다.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몇몇 도시를 제외하고 비슷한 실정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군 단위 중 머지않은 미래에 사라지게 될 지역이 공공연히 오르내린다. 세월의 흐름을 실감한다. 인구 억제 정책에 따라 산아 제한을 하느라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것이 이제는 하나도 낳지 않는 시대로 바뀌어간다.

이곳은 산과 바다가 널리 알려진 지역이다.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산복도로가 유난히 많다. 지형적인 특성이 고스란히 보인다. 외지에서 부산을 찾는 사람들의 공통된 목소리를 듣는다. 도로가 운전하기 힘들다. 그렇다. 길은 좁고 경사가 커 초보는 자동차 운전 자체가 두렵다. 경사로에서 자동차가 뒤로 밀려 일어나는 접촉 사고가 곳곳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지금이야 대부분 자동 변속 장치에다 경사로 밀림 방지 기능까지 있어 예전과는 다르다.


6·26 전쟁의 아픔과 함께 밀려든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 지금과 같은 도시 구조를 가져왔다.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보면 금세 눈에 들어온다. 산 중턱까지 들어선 아파트는 시민들이 자연을 둘러보는 재미를 빼앗았다. 편리함과 이익이 맞닿아 다수가 누리던 행복을 소수가 차지해 버렸다.

다른 것은 제외하더라도 부산이 여러 광역시 중에서 고령화의 비중이 가장 높다고 한다. 초 고령화 사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우스갯소리로 부산에서 가장 유명한 게 ‘노인과 바다’란다. 전국 최초의 송도 해수욕장을 비롯하여 해운대, 광안리 등의 바다는 널리 알려져 있다. 사계절 바다를 찾는 사람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과 다양한 편의 시설이 만족감을 안겨주어 인정받고 있다. 노인층의 비중이 높아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젊은 경제 인구가 타지로 일터를 따라 이동해 가고 출산율이 줄어드는 현상, 부산의 인구가 한때는 400만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동안 빠르게 인근 지역 등으로 유출이 되어 이제는 겨우 300만을 넘기고 있는 현실이다. 생산 기반 시설은 확충되지 않고 오히려 기업이 외부로 이전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 같은 복합적인 문제가 지금에 이르게 만들었다.

‘바다와 노인만 먼저 떠오른다.’ 지역 사회의 웃픈 현실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요소들 중 젊은 층이 적고 노인층이 많다는 것이 이 시대 어느 한 지역의 일만은 아니다. 제2의 도시라는 대도시가 이럴진대 다른 지역은 어떨까. 전국 인구의 자연 감소가 시작되었다. 수년 전부터 인구 증가와 유지를 위한 국가적인 대책을 세우고 있으나 효율적이지 못한 게 현실이다. 정상적인 인구 구조를 지닌 사회를 구성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외국의 출산 장려금 제도를 희한한 일로 이따금 부러워한 학창 시절 수업시간이 떠올려지지 않던가. 우리나라가 지금 겪고 있는 일, 아니 내가 사는 곳이 처한 상황은 여느 지역과 다르지 않다. 스스로 자신을 노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아직 없다. 아니 주변에서도 마찬가지다.


사회 구성원들이 곳곳에서 각자의 기능이 있다. 건강한 삶 속에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할 때 사회는 맞물려 유지된다. 문화를 유지하고 후대에 전달하는 것 또한 노인의 역할이다. 효율성만 앞설 때 오히려 문제는 커진다. 나부터 자식에게 아이 둘은 낳아야 하지 않느냐며 둘째 손주를 안겨주도록 온 식구가 무언의 시위를 한다. 앞 세대의 지혜가 바탕이 되고 뒷 세대의 신지식이 상호보완적인 자세가 슬기로운 방법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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