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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만남]

by 우영이

자다 깨기를 반복한다. 잠을 깊게 자지 못하고 평소와 달리 몇 번이나 일어났다. 새벽녘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을 열고 밖을 보니 하얗게 눈이 내렸다. 마당에 쌓인 눈이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염려가 된다. 오늘은 2학기부터 강의를 나간 학교의 마지막 수업이 있는 날이다. 그동안 학생들과 수업 시간을 통해서 정이 들었다. 학급에 따라 구성원들의 편차가 크다. 나름 미운 정 고운 정이 있는 모양이다.

집을 떠나 타지에서 첫눈을 맞이하였다. 어쩌면 덩그러니 혼자 지내는 마음처럼 허허롭기 짝이 없다. 한편으로는 흰 눈이 펑펑 더 내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기대와 달리 아침이 되면서 눈비로 바뀌어 내린다. 마당 맷돌석에는 자연의 멋을 남겼다. 새벽에 계획한 일은 다음으로 미루고 여유를 갖고 출근 준비를 한다.

아침은 간단히 집에서 마련해 준 호박죽과 과일로 속을 채웠다. 아내가 직접 쑨 호박죽은 새알까지 들어있어 씹는 맛까지 더해 주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별미다. 출근 준비는 여느 때와 달리 귀마개와 목도리로 채비를 마쳤다. 자동차는 세워두고 미끄러운 길을 종종걸음으로 내닫는다. 오늘 수업을 마치게 되면 언제 강의를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기에 생각이 많다.

교문에 들어서는데 교직원들이 대빗자루로 눈을 치우고 있다. 안전사고 예방하기 위해 수고를 해 주신다. 교무실에 들어서는데 빈자리가 여기저기 보인다. 눈이 내린 탓인가? 수업 일정도 변화가 있다. 사전 안내가 없었기에 계획한 내용은 의미가 없다.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오늘 하루는 교학상장(敎學相長) 학생 일일 교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반별로 사전 신청받아 본인이 좋아하거나 잘하는 것을 주제로 선정하였다. 동급생이나 선후배들이 주제를 보고 교시별로 선택하여 강의를 듣는 프로그램이다. 중학교에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자체가 대단하다. 그리고 다른 학생들에게 자신의 관심이 있는 분야를 소개하고 알려주는 용기가 돋보인다. 다양한 분야에 학생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만나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

1반 참관을 한다. 내용은 학생들이 관심이 많은 게임 프로그램이다. 이전에 별 관심이 없이 지낸 분야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준비한 발표와 진행 과정을 지켜본다. 시간이 끝날 때쯤 관리자분들도 교실에 들렀다. 눈인사와 함께 진행 과정을 안내하고 참고 영상을 함께 보는데 영상은 혐오스러운 내용이 많다.

학생의 수업 진행이 끝나 격려하고 박수로 마무리를 유도하였다. 준비해 간 수업 평가 설문지를 꺼내었다. 날씨로 인하여 불참자가 많다. 독감 등으로 절반의 자리가 비었다. 한 학기를 마무리하면서 나 자신의 수업에 대한 피드백 자료를 얻기 위해 A4 한 페이지짜리 설문지를 내밀었다. 수업 내용에 대한 평가 문항이다. 학생의 수업 참여도와 이해도를 바탕으로 교사의 수업 개선 사항과 유익한 점 등이 포함되었다.

어느 곳이든 어떤 분야든 사람의 의견은 다양하기 마련이다. 설문지 결과를 바탕으로 자세를 낮추고 개선점을 보완하여 내 삶을 채워나가는 계기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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