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조등 불빛과 함께 경적음이 잇달아 울린다. 운전석 창문이 내려지면서 한마디 이어진다. ‘이봐요. 신호 보고 건너야지.’ 아침 시간에 귀찮은 듯 뱉고 저만치 자동차는 달려간다. 새벽 시간 자동차가 가끔 다니는 샛골목이라 운동하는 이들이 신호등에 상관없이 길을 건넜다. 나 역시 다를 바 없다. 진행 신호를 기다리는 차가 줄지어 있을 때는 보행자 신호에 따라 길을 건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무작정 길을 가로지른다.
이른 시간 아침 운동을 시작한 지 오래다. 해가 솟아오르기 전에 집을 나서 공원을 크게 한 바퀴 걷는다. 찻길을 한 군데 건너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잠깐의 정지 신호를 기다리는 것이 귀찮아 너도 나도 무단 횡단을 한다. 아침 운동 때 걷는 도로에 자동차가 있을 때 보다 한 대도 보이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렇기에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별다른 의식 없이 신호등을 무시하고 갈 길을 간다. 차량 통행이 자주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신호에 따라 움직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건너는 게 우선인 셈이다.
일 년 넘게 아침 운동을 이어오면서 오늘같이 운전자에게 호통을 받아본 것은 처음이다. 횡단보도 신호에 아랑곳없이 무단으로 길을 건너는 자체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어떤 경우에도 규칙을 지키지 않은 잘못은 나에게 있다. 사람의 마음이 이토록 간사한 것인가. 자신이 보행자 일 때와 운전자인 경우 너무나 다르다. 나 위주의 생각과 행동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운동한다는 핑계로 정해진 규칙을 거른다. 아니 다른 이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규칙이 있다. 규칙은 가족끼리도 존재하고, 직장에도 있고, 사회와 국가에는 법률이라는 큰 사회적 약속이 있다. 혼자 사는 무인도가 아닌 이상 규칙은 이어진다. 약속은 애초에 지키기 위해 정하지 않았던가.
길거리 안전을 위해 설치한 신호등이 귀찮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건넌다. 잠깐 기다리는 시간이 자신의 안전은 뒤로한 채 어떤 일이 생기게 될지 뒷일은 생각지 않는다.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을까. 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습성이 남긴 유물인가.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편함만 좇은 결과가 아닐까.
그동안 사람들의 인식은 많이 달라졌다. 자신뿐만 아니라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자신을 내어 줄 수 있는 사람도 가끔 본다. 한편으로는 정반대의 일도 겪는다. 보이는 곳에서는 올바른 행동을 하지만 그 외에는 막무가내인 사태도 생긴다.
아침 운동 시간에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건너던 발걸음을 되돌아본다. 목숨과 관련된 일이다. 자신의 몸을 보살피고 남을 배려하는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신호는 지켜야 하고, 규칙은 정한 대로 따라야 사회가 바르게 지탱될 것이다. 나의 편함만 추구한 결과가 아침 시간 자신의 길을 가는 운전자에게 거친 말을 토해내게 만들었다. 원인 없는 결과가 있으리오. 아침 운동의 상쾌한 기분만큼이나 남을 배려하는 태도로 임하리라.
푸른 신호등이 나와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사회적 약속이기에 조금의 불편함은 감내해야 한다. 행여 신호에 따르지 않는 이가 있더라도 나만은 지켜나갈 것이다. 스스로 다짐을 한다. 이후로는 어떤 일이 있어도 규칙에 따라 길을 건너고 다른 이에게 걱정을 끼치는 행동은 덜어야겠다. 마음먹은 일은 실천이 필요하다. 언행일치 된 자신의 행동을 지켜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