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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대기]

by 우영이

가을이 지나고 겨울철에 이르면 시골에서는 준비해야 하는 일이 꼭 하나 더 있다. 밥 짓기와 난방을 위한 땔감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집집마다 쌓아 놓은 더미를 보고 풍족함과 부지런함을 평가하기도 하였다.


방학이 되면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모두 두 번에 걸쳐 친구들과 어울려 멀리 한 시간 이상 걸어 산으로 올라가 낫이나 톱으로 나무를 마련하여 지게에 지고 집으로 내려온다.

무거운 짐을 옮길 때는 지게를 이용하는데 지게 작대기가 다양한 역할을 한다. 작대기는 Y자나 지게를 떠받힐 수 있는 모양으로 생긴 나무를 잘라 만든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나 계속 사용해 손에 익은 작대기를 선호하기도 한다. 지름 3cm 전후에 길이는 자신의 키 정도다. 이전에 만든 것을 가지고 산에 오르는데 대부분은 나무를 하고 내려오기 전 작대기를 새롭게 만들어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작대기는 지게 짐을 지고 일어설 때는 지렛대 역할을 해서 무릎에 부담을 덜어준다. 그리고 잠시 휴식을 취할 때 지게를 바닥에 눕히지 않고 세워 둘 수 있는 지지대로써 다시 일어설 때 힘을 덜 들게 한다. 또 짐의 균형이 맞지 않는 상황일 때 무게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기능을 해 준다. 작대기는 숲 길이나 위험 요소가 있는 경우 그 위험으로부터 사전 방어할 수 있는 도구로 쓰이기도 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어느 누구의 도움도 일절 받지 않는 독불장군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관계 속에서 공생하는 가운데 자신의 위치에 이른다. 어떤 분야라도 개인의 역량을 펼치는데 지렛대처럼 약간의 도움이 주어진다면 탄력을 받아 진행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처럼 작대기의 기능은 세상 곳곳에서 필요로 한다.

베이비 붐 시대의 주축이었던 5060 세대가 어느덧 직장 생활 각 영역에서 은퇴를 하고 또 다른 삶을 이어가고 있다. 앞선 세대의 희생이 있었기에 현재를 누리는 세대가 생겼다. 금 수저, 흙 수저를 말하지 않더라도 든든한 후원자로서 부모의 역할이 있었다. 넉넉한 살림은 아니지만 자식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교육시키고 뒷바라지하겠다는 의지로 삶을 지탱해 왔다. 세계 어느 국가보다 높은 교육열과 대학 진학은 강점이자 자랑거리였다. 그런데 몇 세대 만에 세대를 뛰어넘어 고령화와 저출산의 영향은 사회 곳곳에서 문제를 안긴다. 소득과 소비는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국가 정책마저도 이 두 가지에 많은 예산을 책정하고 반영하지만 문제 해결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전통적인 지게 작대기는 어느 한 가지 기능으로만 존재하지 않았다. 장소에 따라 역할이 다양하다. 하찮은 막대기가 단순한 지지대가 아니라 힘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조력자로 도움을 준다.


우리 사회도 작대기의 쓰임처럼 나 혼자 독차지하고 누리는 삶이 아니라 공감하고 사회 구조의 사다리로 안정을 찾아갈 수 있는 지혜가 요구된다. 지게를 이용할 때 함께 쓰는 도구인 작대기에 힘을 의지해 많은 것을 맡긴다. 작대기로 쓸 만한 나무를 골라 내일은 어떤 용도로 이것이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까 기대하며 삶에서 찾는 작대기의 진정한 의미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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