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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과 울타리]

by 우영이

울타리는 담 대신에 경계를 구분 짓는 장치다. 풀이나 나무 따위를 얽거나 엮었다. 주변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재료가 울타리에 쓰였다. 전통적으로는 돌담이 고풍스럽고 자연의 멋을 갖추고 있다.

예부터 탱자나무를 심어 집 담장이나 과수원 울타리로 만들었다. 짐승이 드나들지 못하게 방호용이 주목적이었다. 어릴 적에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탱자나무 울타리는 사라졌다. 먼 시절 초등학교 울타리는 접근하지 못할 장벽이었다.


시골집 뒷마당 탱자 울타리는 키가 2미터를 넘어섰다. 지난해 높이를 제때 관리하지 못해 울타리 정리가 필요하다. 새 순이 돋을 즈음은 탱자 울타리 관리가 쉽게 이루어진다. 키 높이를 제한하고 안팎의 폭을 조정하는 울타리 손질에 나섰다.


탱자는 하얀 꽃과 달리 날카롭고 큰 가시 때문에 전통적으로 경계를 짓는 용도로 제격이었다. 기다란 가시는 삶은 다슬기 속살을 빼내는 도구요 간식처리 필수품이었다. 탱자나무의 열매인 탱자는 푸른색을 띠다가 시간이 지나면 누렇게 익어 특유의 향을 지녔다. 이 열매는 한약재로 쓰이기도 하는데 흔하게 볼 수 있어 약재의 희소성이 없는 듯하다.

한가한 틈에 울타리 손질을 하기 위해 준비를 한다. 등산화와 가죽 장갑을 하고 큰 가위를 챙긴다. 금년에 돋은 순은 힘이 들 든다. 억센 가시를 달고 있는 묵은 가지를 자르는 데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자칫 했다가는 뾰족한 가시를 맞이한다. 바깥쪽으로 향한 가지 위주로 잘라낸다. 집 안쪽과 담장 바깥까지 높이를 허리춤 아래로 끝내고 나니 주변 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집 안팎이 울타리로 차단되어 있던 모습에서 하나로 소통하고 연결되는 그림이다.

낯선 곳에 터를 잡고 십 개월 여를 지내왔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곳에 주택을 구입한 후 이용하기 편하게 정리를 하고 있다. 온전한 이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동네 사람들에게 인사도 할 겸 팥떡을 이웃들에게 돌렸다. 우리보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집에 있었다. 마을 회관과 경로당도 방문하였다. 모두 환영하는 이야기로 맞아 주었다. 사람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우리 주변에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곳곳에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이런 현상들을 마주한다. 전통 사회에서는 계나 두레로 함께 어울리고, 경계용 담장은 단순한 구분에 불과하였다. 담장의 높이는 까치발이나 목고개만 들어 올리면 음식도 전하고 이웃 간 소통이 될 수 있을 정도다. 세월이 흘러 이런 관계는 점차 멀어져 물리적 담장이 높이 쌓이고 있다. 앞 집이나 옆 집의 관계는 이웃사촌이 아니라 그냥 앞 집과 옆 집일 뿐이다. ‘먼 친척보다 이웃사촌이 낫다’는 말은 책에서 찾아지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마을 어른들과 인사를 주고받으며 의사소통을 해 본다. 이즈음 심는 텃밭 작물도 함께 사러 간다. 고추와 토마토는 기본이다. 가지는 덤이다. 고추 모종은 종류별로 구입을 한다. 지금까지 농사짓던 지혜를 들려준다. 지역적 특성은 무시할 수 없다. 토양과 기후에 맞춤한 농사법을 체득한다.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어 기대 가득한 수확을 기다린다.

탱자 울타리 정리를 하면서 울타리의 외형적 모습을 떠나 사람들과의 관계를 떠올려 본다. 스스로 담장을 높게 하고 있지는 않는지. 그동안 멀어진 사람들과 전화라도 해서 안부를 물어보자. 주고받는 대화는 세대 간의 이해를 가져다주고 입장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내가 먼저 다가가 보자. 나를 내려놓고 함께 아우르는 세상을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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