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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미야]

by 우영이

살면서 누구나 여러 가지 꿈을 꾼다. 그 꿈은 기다림의 연속이기도 하다. 태어나 성장하고 성인이 되어 일정한 나이가 되면 이성을 만나 가정을 꾸린다. 아들은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따로 산다. 아니 고등학교 졸업 이후 대학생 때부터 군대 시절까지만 가족이었다. 이후로 일 년에 몇 차례 집을 반갑게 방문하는 손님과 다름 아니다.

애틋하게 사랑하고 자신이 찾던 연인이 인연이 되어, 칠 년의 연애 끝에 배우자로 평생을 함께 하기로 언약을 하였다. 자식은 커 가면서 부모의 마음을 알아 가는 시간이 채워지는 걸 느낀다. 결혼 후 한 사람은 수도권에서 그리고 나머지는 지방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긴 시간 여행으로 마주한다.

감염병 유행으로 아들 부부는 신혼여행을 약식으로 보냈다. 칠 개월의 시간이 지나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 유럽으로 설레는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가진 자리는 두 사람의 사랑과 행복을 담아내는 시간이었단다. 긴 여행의 달콤함이 채 정리되기 전이다. 며칠 후 자식은 직장에서 교육 연수를 캘리포니아로 몇 달간 떠나게 되었다. 신혼의 재미가 이어져야 함에도 지금껏 주말 부부로도 모자라, 해외 출장까지 생겨 연이어 떨어져 지내야 되는 형편이다.

아내와 함께 도시에서 사나흘 생활을 하면서 지방으로 매주 오가며 지낸 시간이 벌써 일 년이 되어간다. 집 곳곳을 정리하고 유실수 관리와 텃밭을 가꾸는 재미에 더하여, 다루기 어렵다는 중학교 학생들과 일주일에 이틀 교실에서 만나는 즐거움으로 생활의 활력소를 얻는다.

학교에서 돌아온 오후 시간은 여유롭다. 온돌방 아궁이에 참나무 장작으로 불을 지핀다. 뜨거운 찜질방의 느낌으로 등허리가 방바닥과 하나가 되어 하루의 피로를 녹아낼 즈음 아들로부터 화상 전화가 왔다. 반갑게 들리는 목소리와 함께 여러 장의 흑백 사진이 눈앞에 펼쳐진다. 곧바로 알아차렸다. 오! 기다리던 손주가 우리 품에 안기게 되나 보다. 아니나 다를까 아들과 며느리가 동시에 ‘저희 아이 생겼어요. 곧 엄마, 아빠가 되어요’ 이 계절에 찾아온 아이라 태명이 뽀미란다. 아내는 두 손을 모으며 기쁨에 넘쳐 목소리가 울먹거린다. 이어 ‘고맙다 고마워. 조상님, 감사합니다’를 연신 읊조리며 며느리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해줘서 고맙구나. 정말 고맙다’를 반복한다.

신비로움과 함께 찾아온 며느리의 임신 소식, 오늘은 더 예쁘게 와닿는다. 곧 할아버지가 된다. 지금껏 ‘영감, 할배’라는 아내의 부름에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손주의 작명이 기대된다. 내가 자식을 키워 온 시간을 돌아보며 그 자식이 그들의 자녀를 맞이할 시간을 다 함께 기다린다.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가족에게 안기는 날을 마냥 상상해 본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라 했던가? 세대를 달리하지만 우리 부모님이 나에게 주셨듯이, 새 생명의 잉태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새로운 희망과 웃음을 머금게 한다. 어머니에게는 증손주가 생기는 것이다. 새 식구가 늘고 생명의 신비함이 우리들에게 무한한 힘을 가져다준다. 오늘을 보람되게 채우면서 내일을 기다리며 마음가짐을 다시 가다듬는다. 할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챙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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