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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살이]

by 우영이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 온갖 희로애락을 겪고 성숙해 가는 가운데 사고가 일어나거나 질환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고 했던가? 나이가 들면서 주변에 생을 마쳤다는 알림이 자주 와 있다.

중년 시절에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하지 않았다. 그런데 환갑을 넘기면서 생의 마감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을 한다. 살아온 날에 비해 살아갈 날이 분명 많지 않음을 안다. 며칠 전 친척 한 분이 돌아가셨다. 남편을 봉양하고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가운데 늘그막에 편안해지려나 했다. 반려자가 먼저 영면한 후 혼자 지냈다. 갑자기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쓰러져 병원에 몇 개월 입원해 있다가 세상을 떴다.

어느 곳에서나 접할 수 있는 안타까운 일이다. 자식은 도시에 나가 있다. 전화로 안부를 묻는데 그날따라 연락이 되지 않아 다른 지역에 사는 인척에게 확인을 요청했는데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다. 몇 군데 병원을 거쳐 수도권으로 모셔와 치료를 받았으나, 자식과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한 채 결국 돌아가셨다.

도시화의 영향과 1인 가족이 늘어나면서 노인이 제때에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불행으로 치닫는 일이 잦다. 어쩌면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는 여건이 되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싶다.

장례식장은 슬픔에 잠긴다. 죽은 이의 나이가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울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 가운데 반가움과 웃음을 주는 장면도 있다. 멀리 떠나 각자의 일터에서 생업에 임하기에, 나이가 든 친인척을 만나고 옛 직장 동료의 얼굴을 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갓난아이와 다양한 연령층을 만나는 결혼식장과는 다른 모습이다. 양면성을 띤다. 자식이 커 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가 나이 든다는 것과 세상을 떠난 이들의 마지막 모습을 추모하면서 어른들의 흔적을 떠올린다.

윗 세대 어른들이 한 분 두 분 세상을 떠나셨다. 인자함과 너그러움을 항상 지녔던 어른, 이제는 고통을 끊고 남편 곁으로 조상님 옆에 영원히 잠드셨다. 햇볕이 잘 들고 동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배기에 모셔졌다. 자식들이 찾아오기 쉽게 큰 도로와 가깝다. 고향 집을 오갈 때 지나는 길이기에 무심코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평생을 지낸 동네와 산봉우리 너머에서 즐거움을 함께 느꼈을 체취를 더듬어 본다.

허리가 굽고 몸이 온전치 않음에도 농사 지어 수확한 양념과 과일을 철마다 보내 주심에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제는 더 이상 정을 느낄 수 없기에 마음이 더 서글퍼진다. 감사한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하리라.

인생은 짧다. 물욕과 성취를 위해 앞으로 나아갈 때는 목표 달성 후에는 큰 후유증을 남기기도 한다. 휴식과 자기 계발의 시간 또한 일정한 시기를 정해 몰아서 할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행하는 것이 후회가 적어질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여러 가지의 불행은 누구도 예측하거나 막을 수는 없다. 삶을 꾸려 가는 일상생활에서 작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자. 내가 누리는 나의 건강과 행복이 결국 가족과 자녀들의 부담을 덜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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