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운동으로 집 근처 두송 반도를 찾는다. 왕복 두 시간이면 넉넉하다. 산책로를 벗어나 오랜만에 산길로 접어들었다. 조금은 다듬어져 나무 계단길에 이어진 숲에는 칡넝쿨이 널브러져 있다. 입구 경사진 길은 가쁜 숨을 몰아쉬게 만든다. 평지에서 걷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낫개 통일 공원을 뒤로하고 도로를 건너 조선소를 내려다본다. 이른 출근길에 도로는 한산하다. 두송 반도 순환로를 따라 울퉁불퉁 흙길이 이어진다. 동백나무는 제법 가지를 뻗어 자리를 잡았다. 붉은 꽃망울이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빗물에 움푹 파인 길바닥은 계곡이나 다름 아니다. 가끔 다니는 자동차는 비포장 도로에 곡예운전으로 이리저리 비틀거린다. 가까운 전망대 앞 헬기장은 바닥 표지석 페인트칠이 낡아 흔적만을 보일 뿐이다.
산에는 먼저 도착하여 몸을 다듬는 이들이 제법 보인다. 인사를 나누는데 평지 한편에 소나무 몸통이 등받이인양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다. 바닥에 풀을 베어 뉘어 머리를 보호하고 있다. 풀빛이 바래져 거꾸로 서기를 시작한 지 제법 오래된 모양이다. 연세에 비해 순발력이 대단함에 엄지 척을 내보였다. 차림새나 얼굴 주름살을 보아 일흔은 족히 넘긴 나이에 물구나무서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통성명을 하는데 정기가 모인 산세에 반하여 자주 찾는단다. 이 또한 자연이 주는 축복이기에 즐거움이 있고 평소 야생화에 관심이 많음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행할 수 있는 일이 운동을 하는 쉼터 주변에 야생화 씨앗을 심어 눈까지 아름다운 만족을 주고 싶단다. 작은 시작으로 호미로 골을 타고 몇 가지 씨앗을 뿌려 지속적으로 물 짐을 지고 관리해 나가면 많은 사람들이 함께 느끼는 장소가 될 것이란다.
개인의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모여 큰 의미를 준다. 산을 찾은 아침 등산로에서 어른들의 지혜를 얻는다. 지금껏 오롯이 자신과 가족의 행복만 추구해 온 자신이 작아진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옆과 뒤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이제는 여유를 가지고 개인적인 것에서 벗어나 함께 누릴 수 있는 나의 역할을 찾아본다. 등산길에 뵌 어른이 떠오른다. 인생을 살면서 옳고 바름을 떠나 현재에 만족하는 삶을 넘어 내일을 계획하고 미래를 펼치는 오늘을 살아보자.
지금껏 행하던 의욕을 바탕으로 개인의 성취와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보탬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실행하자. 사람의 능력은 저마다 갖고 있질 않는가. 크고 작고를 떠나 귀하고 보잘것없는 것이 아닌 스스로 자긍심을 갖고 하나씩 참여해 가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봉사의 대상이 달라지고 지금껏 아껴온 관심의 중심점이 바뀐다. 누리고 혜택 받은 것을 작게나마 돌려주고 나누고 베풀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책꽂이 뒤쪽에 밀쳐 두었던 야생화 관련 책을 다시 관심 있게 살펴봐야겠다. 미뤄둔 과제를 하는 마음으로 먼지 쌓인 서가를 뒤적인다.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