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일기 예보는 귀를 쫑긋하게 만든다. 새벽녘에 백 킬로미터 거리를 달려야 하는 처지에서 영하의 기온은 일정을 바꾸어야 하는지 이리저리 결정을 서두르게 만든다. 눈이 오고 비가 내린다는 소리는 시간 조정을 빠뜨릴 수 없다.
예정대로 당일 넉넉하게 여유를 두고 출발한다.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빠르기는 경제속도를 겨우 넘기는 정도다. 실외 기온은 행정 구역이 달라지는 경계마다 온도가 점점 떨어진다. 손가락 끝에 와닿는 감각은 구부리고 펴는
반복이 무뎌졌다.
학교 정문에 도착하는데 현관에서 관리자를 만나 사무실로 들어간다. 일전에 경험한 곳과 달리 중앙 현관에 늘어선 긴 소파와 복층 구조의 장치는 포근함마저 준다. 일정표 안내에 이어 휴게실로 자리를 옮겨 차 한 잔으로 호흡을 가다듬는다. 강의 시각까지는 삼십 여분이 남았다. 사무실을 벗어나 복도와 여러 시설을 살피는데 안락함이 밀려온다. 아니 학생들이 학습을 하는 곳이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나.
교실에 들어서는데 아이들의 반응이 의외다. 누구세요? 수업하러 오신 것이 맞나요. 사전 통지가 되지 않았단 말인가. 준비한 PPT자료를 바탕으로 학생들과 호흡을 주고받는다. 대답과 웃음이 교실에 퍼져 나간다.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흘러갔는지 모른다. 벽에 걸린 시계는 수업 종료가 다가왔음을 보여준다. 일상에서 매일 주고받는 인사와 대화가 다루어졌다. 눈이 맞추어지고 고개를 들고 몸을 책상 앞으로 다가서는 학생들을 보면서 다루어지는 내용에 공감하는 무언의 합일을 들여다본다.
네 개 반을 이틀에 걸쳐 만났다. 처음에는 생소한 듯 거리감을 가진 듯하였으나 이내 한 목소리다. 성장하는 아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다른 사람 앞에서 표현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덧붙여 말하기와 쓰기가 어떻게 이어져야 할지 안내한다. 이것은 결국 읽기가 바탕이 될 때 자료가 풍부해지고 활용이 된다. 어느 한 가지만 능숙하다는 이야기보다 두루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학생뿐 아니라 성인도 예외는 아니다. 서로의 소통에서 공감하고 자신의 감정을 바르게 표현하는 능력이 갖추어져야 한다.
책 읽기를 통한 독서 토론과 글쓰기는 좋은 밑바탕이 된다. 읽고 듣는 것에서 말하고 쓰는 영역까지 아우르는 각자의 힘을 기대한다. 식당으로 향하는데 수업 시간에 만난 아이들이 입을 모아 합창하듯 목소리 높여 나의 이름을 부르면서 인사를 한다. 손을 흔들면서 가볍게 목 고개를 끄덕인다.
이틀 전의 이야기가 곧바로 적용한 이들의 호응이 고맙다. 환희로 호응하는 아이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보잘것없지만 무언가 전하고 바뀌어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조력자의 길을 지속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