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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워진 한 꼭지]

by 우영이

꾸준함은 어딜 내놓아도 환영을 받는다. 일터에서는 성실함으로 자신을 내세우고, 학습에는 노력이 끝을 채워 준다. 노력이 전부요 ‘영감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라고 했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하루하루가 이어져 어느덧 한 꼭지를 채운다. 글은 생활의 한 부분이고, 한 단어 한 문장을 완성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지금까지 경험들이 글에 녹아 있고 고민하고 숙성된 결과가 활자로 채워나간다.


전원생활에서 만나는 일상이 글감으로 오른다. 작물을 재배하는 과정과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일은 서로 다른 듯 닮은 점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손길이 닿는 정도에 따라 최종 결과는 입에 올릴 일이 못 된다. 지역 주민들과 나누는 대화 속의 의미가 제재로 쓰인다. 주택이 다듬어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사건 하나하나가 설계도 없이 만드는 구조물의 어려움처럼, 쓰기는 시행착오를 겪는다. 필요한 재료는 온라인으로 구매해 마련되지만 실제 현장의 적용은 이론처럼 녹록하지 않다. 다양한 표현법과 글쓰기 역량을 높여보려는 의욕이 글을 뒤죽박죽으로 만든다.


퇴직 후 연장전의 느낌으로 시작한 재능 기부는 아이들과 만나는 날이 기다려진다. 이날만큼은 거울을 수차례 들여다 보고 머리 손질이 이어진다. 옷장 문이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한다. 이틀씩 입는 겉옷이 없다. ‘맞선 보러 가냐 ‘며 아내가 뒤통수에 한마디 던진다. 현실에 머물고 무계획적인 은퇴생활에 삶의 활력소를 안겨준다. 얼마간의 강의료는 오가는 길 기름 값을 충당해 주겠지만, 오히려 교실에서 그리고 사무실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인생을 이야기하는 계기가 된다. 내가 지닌 한 분야의 전문성이 누구에게는 밑거름이 되고, 긴 항로에 안내판의 기대는 어쩌면 욕심으로 다가올 수 있다.


글쓰기 동아리 회원들의 응원과 안내로 브런치스토리에 연결되어 지원의 반복 없이 생각을 펼치는 기회를 얻었다. 첫날부터 약속한 혼자만의 결심은 빠지는 날 없이 백일은 잇자. 나의 필력이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하고 바닥을 드러내는 일이 있더라도 가보자. 글쓰기 그 이후는 하루의 일정이 달라졌다. 다른 어떤 일보다 먼저 한 편의 글을 발행하고 다음 일이 행해진다.


글쓰기는 창조적인 작품을 생산하지만 동시에 고뇌를 정화하는 기능도 한다. 좋은 문장을 만들어내는 즐거움도 주지만 지성과 감성의 흥미로운 탐험을 하게 된다.


백 회 발행이 완성되었다. 자신과의 다짐은 우여곡절을 거치며 나를 돌아보는 여정이었다. 게으름의 이부자리를 박차고 옹달샘이 이어져 물길을 이루고 강을 거쳐 망망대해로 흘러가듯이, 단어가 모여 의미 있는 호소로 다가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접하고 널리 널리 퍼져 나가는 빛이 되리라 소망한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요, 시작이 반’이라 했다. 나의 글에 공감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 있다면 내 글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아니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풀어내는 공간으로 이어지도록 할 것이다. 지금의 생각보다 다듬어지고 지혜가 담긴 가락으로 함께 하기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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