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임산부가 된 지 한 달 차에 깨달은

임신 27주차 일기

by 바다엄마

현재 임신 27주차.


나는 임신 22주차에 백수가 되었다. 사전에 계약했던 기간이 만료된 것. 2년 남짓의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계약 만료일을 학수고대하며 다짐한 것이 있다. 백수 임산부로 사는 동안 무기력함에 지지 않고 수많은 일을 해내리라! 그중 가장 크게 다짐한 것은 '출산 전까지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수익 구조를 만들자!' 였다. 참으로도 큰 다짐이었다.


몇 년 전부터 끄적이던 블로그가 있긴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주제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혹은 재미있는 글이 쌓이지 않았다. 그마저도 하고 싶을 때만 가끔 포스팅한 터라 하루 방문자수도 겨우 2-30명 남짓.


인스타툰에도 도전해 보고자 임신 전 아이패드 드로잉 클래스도 다니고, 손그림 일러스트 책도 사서 곧잘 따라 해보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현실로 실현된 건 아무것도 없었다.


퇴직 후 지금까지의 생활을 돌이켜보면 눈에 띄는 결과물을 만들어낸 건 당연히 없다. 하지만 그와 반비례하게 '돈이 될 만한 무언가를 해야 해.' '집에서 쉬기만 하는 건 안돼.' 하는 중압감은 점점 더 커져갔다.


그러다 백수 임산부가 된 지 한 달 차에 깨달은 것이 있다.


퇴사를 하고, 아이가 태어나기까지 4개월 남짓한 짧은 시간. 감사하게도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만나기 싫은 사람들을 억지로 상대하지 않아도 되는 황금 같은 기간. 이 기간을 '무언가를 해야 한다'라는 압박감을 느끼며 보낼 이유가 있을까?


인생에 딱 한번뿐인 (아마도?) 임신 기간. 이 기간에 앞으로의 삶에 보탬이 될 지지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기간에 내가 얼마나 즐겁고 행복했는지가 아닐까?


물론 아이가 태어나고 나는 한동안 (지금처럼) 수입이 없을 테고, 그래서 임신 기간에 수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서 내 정신과 체력을 갉아먹을 필요가 있을까. 솔직히 우리 부부가 관리비를 납부할 수 조차 없어 전기와 가스가 끊기는 상황도 아니고, 필요한 아기 용품을 못 사는 형편도 아닌데!


그래서 출산까지 남은 3개월 동안. 나는 정말 재미있게 놀기로 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해야 해!'라는 마음가짐에서 벗어나 그 어떤 날 보다 적극적으로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하지 않으면서 지내기로 했다!

여기에 아주 살짝쿵 기록만 더해보기로 했다. 지금 하는 기록들이 추후 되돌려 보았을 때 재밌는 추억이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것. 단 한번뿐인 임신 기간을 돌아보는 것만으로 행복해지는 시간으로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