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연극을

The Dresser

by gentle rain

막내랑 연극, '더 드레서'를 본다는 큰아들에게 "아빠도 보고 싶다."고 했다. 송승환의 유튜브 채널, '원더풀 라이프' 구독자였던 나는 송승환 배우의 연극을 보고 싶었다. 연극이 익숙지 않은 막내에겐 좀 어려울 수도 있겠다며 큰 아들이 아빠랑 같이 가도 좋겠다고 했고, 미국 연수를 코앞에 두어 마음이 분주했던 막내가 양보를 했다. 아들들, 고맙다.^^


작년에 서울청년문화패스를 신청했던 큰아들은 지난 번에는 신구, 박근형 주연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고 원로 배우들의 연기에 감동했다고 했다. 대학과 교회에서 연극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큰 아들과 짧게나마 뮤지컬 코러스를 했던 나는 공연예술이라는 공통 화제로 종종 수다를 떨곤 했었다.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하는 공연이라 근처의 맛집도 검색하니 예상한 대로 족발집들이 떴다. 아들과 함께 연극도 보고 족발도 먹을 생각을 하니 공연 날이 기다려졌다.


연극을 보러 가는 날, 아들과 함께 지하철을 탔다. 추운 겨울이었지만 아들과 나누는 연극 이야기에 가슴이 따뜻해졌다. 공연장에는 어디선가 본 무명의 배우들도 눈에 띄었고, 지방에서 버스를 전세 내서 오신 어르신들도 보였다. 평일 오후 3시 공연인데도 만석이었다. 연극 시작 전 조명만 켜진 빈 무대도 찍고, 아들과 함께 무대를 배경으로 티켓만 든 두 손도 찍었다. 몇 년 만에 관람하는 연극인가?

드디어 연극 시작이 시작되었다. 기침이 나올까 봐 준비해간 따뜻한 물을 조심스럽게 한 모금씩 마시며, 숨을 죽이고 연극을 관람했다. 올해가 칠순이라는 송승환 배우는 여전히 멋있었고, 올해 85세인 박근형 배우가 아내를 업고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왈칵 눈물이 나왔다. 온몸 다해 열연하는 노장 배우의 모습에 눈물이 날 만큼 감동이었다. 진심을 다해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배우들의 연기에 힘찬 박수를 보냈다.


나는 얼마나 내 인생을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연극이 끝나고, 미리 검색한 족발집으로 갔다.

연극2.jpg

찰진 족발과 새콤달콤한 막국수, 아삭한 빈대떡과 시원한 동치미... 흑백 요리사에 나온 음식이 부럽지 않은 성찬이었다. 오랜만에 큰 아들과 단둘이 함께 한 외식이어서 더 맛있었다. 행복했다. 아들들이 장가를 가기 전에 종종 둘이 함께 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라라크루 #연극 #아들 #더드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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