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들어서자 건조기를 작동할 때마다 '쿵쿵 쿵쿵' 묵직한 소리를 냈다. 수평이 안맞아서 그런 줄 알고 기포 수평계를 건조기 위에 놓고 건조기를 들었다 놨다, 한쪽을 높였다 낮췄다 여러차례 반복하면서 수평을 맞추었지만 소리는 여전했다. 건조기를 놓은 베란다에 물이 고이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라 건조기에서 물이 새는 것으로 생각했다. 며칠간 건조기를 돌리지 않았는데도 베란다에 물이 고였다. 집안의 모든 소리를 멈추고 가만히 보일러 쪽으로 귀를 기울이니 보일러에서 '똑똑'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LG 와 경동보일러에 A/S를 신청했다.
보일러 기사님이 먼저 방문했다. 기사님은 아파트가 지어질때 설치한 보일러가 20년이 넘어서 고치는 것보다 교체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하였다. 집주인에게 이야기를 해야 할 텐데. '집주인은 고쳐서 쓰라고 할까? 비용은 어떻게 하는 거지?' 고민을 하다가 집주인에게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세입자인데요. 보일러에서 물이 새서 A/S를 신청했어요. 지금 기사님이 계신데 직접 통화를 해보시면 어떨까요?" 집주인은 흔쾌히 "네, 바꿔주세요"라고 했다. 집주인과 통화를 마친 기사님은 집주인이 교체하라고 했다며 트럭에서 새 보일러를 가지고 왔다. 보일러가 교체된 후 다시 집주인과 통화를 했다. "방금 기사님이 보일러 교체를 끝내셨어요." 내 말에 집주인은 기사님을 바꿔달라고 했다. 잠시 후 기사님은 집주인이 바로 계산을 했다고 하였다. 아무 말 없이 바로 보일러를 교체해 준 집주인에게 고마웠다. 다른 집에서 세입자로 살 때의 집주인과는 많이 달랐다. 아내와 집주인에게 감사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까 얘기하다 지인이 농사짓는 '천혜향'을 택백로 주문하고, 집주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세입자입니다. 흔쾌히 보일러를 새것으로 교체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댁으로 과일을 택배로 부쳤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농장에서 바로 따서 보내드리는 거라고 합니다. 며칠 후숙하고 드시면 더 맛있다고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잠시 후 집주인으로부터 답글이 왔다.
"안녕하세요? 사시는데 불편함 없이 해드리는 게(?) 이 표현이 맞을지 모르지만 저희는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사 인사만으로도 감동인데 선물까지 보내주신다고 하시니 감사함을 마음에 새기며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겠습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넘쳐나는 축복이 하미께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집주인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가 감동이 되었다.
이틀 후 "동" 현관벨이 울렸다. LG A/S 기사님이었다. 기사님은 방문 전 건조기 상태를 듣고 교체가 예상되는 부품과 예상 비용을 미리 알려주었다. 건조기를 돌려본 기사님은 마모된 부품을 새것으로 교체했고, 다른 부분도 꼼꼼히 체크했다. 그리고 다른 LG 제품에 이상이 있는지도 물었다. 친절한 기사님의 설명에 그날 배달된 귤을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전했다. 다음 날, 기사님으로부터 건조기가 잘 작동되는지 전화가 왔다. 기사님은 자신의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연락하라고 했다. 기사님의 친절에 감탄했다. 외국에서는 접할 수 없는 K-A/S인 것 같았다.
베란다에 놓인 보일러와 건조기를 고친 덕분에 베란다 바닥에 장판을 깔았다. 실낸화를 신지 않고도 베란다에서 세탁과 건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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