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도 괜찮다

'불안해도 괜찮습니다'를 읽고

by gentle rain

2026년, 새해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2025년 한해는 퇴근 후, 대학원 수업과 상담수련을 하느라 글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방학동안에는 일주일에 두 번은 브런치에 글을 올릴 것을 마음 먹고 글쓰기 모임에 지원했다. 어떤 글을 써야할지 생각하다가 새해의 나흘이 지나간다. 더 이상 안되겠다 싶었다. 노트북을 켰다. 아내는 옆에서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을 떼고, 오래된 수건을 새 수건으로 갈고 있다. 아내가 노트북을 들여다보곤 "당신, 책 낼꺼야? 응원해!" 라고 한다. 조롱 한 스푼....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자판을 두들긴다. 책을 내지 않아도 좋다. 글쓰기를 끝까지 완주하지 못해도 좋다. 글을 쓰는 지금, 이시간을 나만의 시간으로 오롯이 만들어가고 싶다.


문득 최근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불안해도 괜찮습니다'란 책 후기를 짧게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은 한동안 내 안에 쌓아두었던 글쓰기 재료였다. 내 안에 있는 불안을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불안에서 안정적 심리상태로 가기 위해 심호흡을 했고, 책을 읽었고, 사람들을 만났고, 뜨거운 물에 반신욕도 했다. 그러나 불안이 떠나지 않았다. 불안해도 그냥 살아졌고, 때론 즐거웠고, 때론 감동하면서 지냈다. 불안은 그렇게 내 안에 있었지만 살아졌다. 그럼에도 도서관에서 이 책을 고른 것은 저자가 머리말에서 자신이 '불안장애' 진단을 받았던 것을 밝혔고, 전공이 '교육심리'였으며 아들러 심리학을 통해 불안을 성장의 징표로 삼게 되었다는 것에 마음이 훅 끌렸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책을 쓰고 싶었는데... 저자는 책을 출간했다. 책으로 나오기까지 저자가 얼마나 고뇌했을지, 그 과정이 얼마나 험난했을지 상상이 갔다.

'불안을 짊어진 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위안이 되기를 바랍니다.'

서문의 마지막 문구만으로도 저자의 진심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었다. 소제목 구성이 명료했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응축되어 있었다.

1부 불안, 나만 그러는 게 아니야

2부 아들러가 말하는 불안의 진실

3부 비교하지 않는 용기, 나를 위한 첫걸음

4부 불안, 이제는 내 편으로 만들기

5부 나답게 살아가는 법, 불안과 함께 성장하기


올해 나는 6년을 근무한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학교로 간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업무가 많아지고, 출퇴근 시간도 늘어난다. 어떤 업무가 늘어날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지만, 내년에도 대학원과 상담수련을 병행할 예정이라 체력이 버텨줄 수 있을지 불안한 마음이 슬금슬금 올라오다가 방학을 맞이했다.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불안을 '성장을 위한 신호'로 본다. 정년연장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현재의 정년을 생각하면 새로 옮기는 학교가 마지막 학교가 된다. 퇴직을 앞두고 어떤 성장을 할 수 있을까? 퇴직 후 일을 계속 하고 싶은데, 새로운 학교는 업무적으로도, 대인관계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다. 다시 말해 지금보다 열악한 환경이다. 그러나 현재 상태에 안주하기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마음만 있으면 나는 이전보다 성장할 수 있다.

아들러는 비교의 심리적 기제를 '열등감'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관리자와 동료들로부터 업무적으로, 대인관계적으로 인정받았지만 새로운 학교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삶이 아닌, 내 인생의 주체로 살아가기 위한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나는 이미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다' 이 사실을 기억하여 타인의 인정으로부터 자유한 새로운 인생 2막을 살 시점이기에 이책은 불안한 내 마음을 추스리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저자는 책에서 불안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첫걸음을 명상적 태도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즉 '생각을 멈추고 지금 이 순간의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 단계를,

첫째, 불안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기

둘째, '지금 여기'로 주의를 되돌리는 훈련

셋째, 생각 대신 행동, 행동을 통한 감정 전환

으로 묘사했다.

나는 이 중 세번째를 방학을 앞두고 실시했다. 6년간 쌓아둔 짐들을 정리했다. 버릴 것을 버리고, 새로운 학교에 가져가야할 것들은 박스에 곱게 담아 테이프로 마무리를 했다. 주변이 정리되자 올라오던 불안이 내려앉으며 방학동안에 무엇을 할지 정리가 되었다. 불안해도 살아진다.


책에서 인용한 '브레네 브라운'은 "자유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나 자신을 규정하지 않는 것이다"고 했다. 취약함을 인정하고 드러내는 용기가 자기 성장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새로운 학교에 가서 내가 가지고 있는 약점을 드러내고, 나의 강점은 표현하고자 한다. 완벽해지려는 욕심을 버리고, 아니 완벽해질 수 없음을 수용하고자 한다. 또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스스로 인정하고, 어제의 나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졌을 때는 스스로 칭찬하고, 설사 어제보다 후퇴했더라도 나 자신을 응원하고자 한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함은 불안에 발목잡히지 않는 길이다.


아들러는 인간이 성장 과정에서 자신만의 삶의 방식과 의미체계를 형성한다고 보았다. 이를 '생활양식'이라고 한다. 이 양식은 단지 습관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자, 삶의 목적과 방향을 정하는 기준이라고 했다. 타인의 기대나 외부의 평가가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을 뜻한다. 많은 경우 내가 이렇게 된 건 과거 때문이라고 자신의 현재를 외부에 전가한다. 그러면 지금 여기에서 변할 수 없다. 그동안 내가 기억하고 있던 나의 성장기는 회색빛이었다. 생모의 죽음, 계모와 정서적 학대, 작은 형의 신체적 학대가 나의 부정적인 측면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천천히 살펴보니 예외적인 상황들(이야기치료에서는 sparkling event라고 한다.), 반짝이는 순간들이 분명히 있었다. '세상인 그렇게 어둡기만 한 건 아니야'라고 알려주신 6학년 때 담임, "밥은 먹었니?"라고 물어주셨던 중학교 2학년 국어선생님, "호떡 먹을 때는 우유지"라고 하며 간식을 사준 큰형, 단백질이 부족하면 안된다며 학교 앞 치킨 집에서 새어머니 몰래 닭다리를 주문해주셨던 아버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어머니도 처음엔 나와 친해지고 싶어서 나를 무릎 위에 앉히고 손바닥을 간지럽혔다. 작은형도 내가 대학에 입학하자 양복을 사주었다. 나의 성장기는 침울한 회색과 빛나는 노란색이 공존했다. 그 안에서 나는 나에게 의미있는 일을 찾았고, 그 일을 하고 있으며, 그 일을 더 잘하기 위해 공부하고 실습하고 있다. 이미 충분하다. 그러기에 나는 불안과 함께 계속 성장하고 있다.


아들러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해 삶의 주체성을 회복하라고 제안한다. 또한 저자는 인생의 의미는 타인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정하고 행동할 때 나답게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고 했다. 항상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 수는 없지만,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묻고 이에 "예스"라고 답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에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있다.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하고 싶기에.

아들러는 인생을 과제로 가득 찬 여정이라고 했다. 과제 앞에서 도망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아들러는 '미움받을 용기'라고 했을 것이다. 모두가 나를 좋아할 수 없다.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미움받을 용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미음받을 용기는 불안을 동반한다. 불안은 동반자다. 나를 성장하게 하는 친구이다. 그러기에

불안해도 괜찮다.


#불안 #미움 #용기 #라라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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