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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텔라에게 열정을 배우다

Smooth Criminal

by gentle rain

작년 4월, 아들의 고등학교 선배 두 명이 팬텀싱어 3에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TV가 없는 우리 집.

시간에 맞춰 노트북을 켰다. jtbc 온 에어.


큰 아들은 드문드문 시청.

아내는 보다가 끝나기 전에 잠이 들고.

작은 아들과 나는 열혈팬이 되었다.

한 명의 선배가 팬텀 싱어 3위, 레떼아모르의 멤버가 되었다. 와우^^

결선 무대가 끝난 아쉬움을 달래며 이들의 음악을 즐겨 듣던 중

팬텀싱어 올스타전 방영을 알게 되었다.


팬텀싱어 1,2,3

각 시즌의 3개 팀, 총 12팀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매주 목요일을 기다렸다.

이들의 노래를 차 안에서 크게 듣던 출퇴근 길이 행복했다.

각 시즌의 노래들을 듣던 중 시즌 2 우승팀인 '포레스텔라'의 노래들을 모은 유튜브 영상들을 보게 되었다.

모든 노래들을 포레스텔라화 한 연주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의 스토리를 유튜브 채널을 찾아 알게 되었다.

두 명의 성악가와 한 명의 뮤지컬 배우, 그리고 락 동아리 싱어를 하는 연구원으로 이루어진 각 멤버의 스토리들이 흥미로웠다.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낡은 음악실에서 중창단 친구들과 화음을 맞추던 고등학생 소년, 뮤지컬 단역배우로 하루 종일 연습하던 서른 살 청년이었던 나를 만나는 듯했다.


지난주 토요일.

불후의 명곡 10주년에 이들이 나온다는 것을 알았지만 아내와의 여행으로 잠시 잊고 있었다.

다음 날 네이버를 검색했다.

'Smooth Criminal' 이 떴다.


"어라, 얼마 전에 나온 앨범의 타이틀곡이 마이클 잭슨의 Thriller 였는데...

제목이 바뀌었나? 뭐지?"

마이클 잭슨의 완장을 하고 총을 겨눈 듯한 손짓의 썸네일을 눌렀다.

강한 비트와 함께 강형호의 솔로가 나오고, 네 명이 테이블을 둘러서서 박자에 맞춰 고개를 까딱...

아. 이어지는 그들의 군무.

예상을 뛰어넘는 그들의 춤과 노래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마이클 잭슨의 노래였지?" 원곡이 생각났다. 진성과 가성을 섞어 노래하며 춤추는 포레스텔라.


핸드폰으로 포레스텔라의 Smooth Criminal을 보고 또 보았다.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무선 이어폰을 끼고 밖으로 나왔다.

여수천에 이어 탄천을 걸으며 박자에 맞춰 걷고 또 걸었다.

춤추고 싶었다.

손만 하늘을 향해 휙~찌르기를 여러 번.

'저 아저씨 뭐야?' 누가 흉을 본대도 괜찮았다.


요즘 나는 종종 벼락 거지가 된 것 같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괜찮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가슴이 뛰고,

바람 섞인 비가 내리면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걸...


어젯밤

책상에 앉아 오늘 할 일들을 수첩에 적었다.

직장에 도착해 먼저 기도하기 / 결재 바로 올리기 / 말을 아끼기 / 내 시간을 확보하기

카톡글은 몰아서 보기 / 살고 싶은 지역의 집 알아보기 / 직장에서 틈틈이 스쿼트 하기...

내가 살아가는 시간을 놓칙고 싶지 않았다.


Smooth Criminal 한 곡을 소화하기 위해 그들은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

몸치에 가깝게 보였던 리더 조민규마저 군무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뮤지컬 배우다운 춤 선을 보인 맏형 배두훈, 자신감이 물들어가는 테프라노 강형호, 다재다능한 막내 고우림까지.

그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K-POP 댄스를 배워서 학교에 동아리를 만들어야겠다고 큰 아들에게 말했다.

큰 아들이 중학생 일 때, K-POP 댄스학원 한 시간 쿠폰을 끊어 함께 춤을 배운 적이 있다.

올해 수능이 끝나면 같이 가보자고 해야겠다. 여의치 않으면 혼자 가지 뭐^^

열정...

포레스텔라에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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