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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강남이야?

by gentle rain


후배 집에 가는 날, 요양원 사무국장인 후배는 백신 2차 접종까지 끝냈다. 먼저 퇴근하고 후배 집 앞에서 기다렸다.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렸다. 종소리를 따라 발길을 옮겼다. 삼륜 트럭 운전석에 앉은 아저씨가 종을 흔들고 계셨다. '고소한 냉 콩국물' 현수막이 트럭 뒤에 걸려 있었다. 마스크를 쓴 채 나도 모르게 말했다.

"여기가 강남이야?"


곧 도착한다는 후배의 카톡.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길. "떨이요!" 부동산 가게 앞에서 좌판을 깐 과일장수 아저씨의 힘찬 목소리가 종소리와 묘하게 하모니를 이룬다. 후배 집은 5층 다가구. 옥상에 올라가 상을 펴고, 버너에 불을 붙여 고기를 구웠다. 어둑어둑해지는 회색빛 하늘. 불어오는 바람과 고기 한 점. 꿀맛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옥탑방들이 보였다. 꿈을 향해 상경한 이들의 쉴 곳이 되어 주는 옥탑방. 어둠이 깔리는 길가 건너편에는 장엄한 자태의 대형서점과 호텔, 고층 아파트가 서있다. 불빛이 반짝인다.

"강남이다."


옥상에서 내려와 함께 찬양을 불렀다. 두 마리 새끼 고양이들이 의자에 앉아 잠이 들었다. 결혼 이야기, 교회 이야기,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 집 값 이야기... 이야기가 꼬리를 물었다. 함께 기도를 했다. 형이 집에 와줘서 고맙다며 고급스러운 포장의 케이크를 건넨다. 아무것도 사 오지 말라고 해서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안 사 갔는데... 미안하고 고마웠다. 다음에는 내가 밥을 사야겠다. 꼭!

"얘들아, 아빠다. 케이크 먹자"

"오셨어요?" 두 아들이 반가운 목소리,

" 여보 나왔어요." 아내는 코 잠이 들었다. 미적분을 풀다가 나온 큰 아들, 혼자 오목을 두고 있던 막내. 엄마 몫의 케이크를 잘라 냉장고에 넣었다.


"우와, 맛있다. 아빠 후배가 어디에서 산 거예요?" 큰 아들은 케이크 포장지에 적힌 가게 이름을 검색한다. 맛집이란다. 달콤한 케이크에 씁쓸한 커피. 궁합이 맞는다. 덕분에 밤새 뒤척였다. 콩 국물 파는 트럭 사진을 아내에게 보내였을까? 아내가 콩 국물을 싸주었다.


점심때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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