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아들과 수박씨
"아빠, 수박씨에서 싹이 났어요!'
by gentle rain Jul 5. 2021
"아빠, 수박씨에서 싹이 났어요!" 아들이 신이 났다.
베란다에 나가보니 스티로폼에 담긴 흙을 뚫고 새싹이 돋아났다. 아들이 수박을 먹고 흙 위에 뱉었는데 싹이 났다고 한다.
1주일 후, "아빠 싹이 32개 났어요!" 한다. 파가 심겼던 스티로폼이 수박 새싹으로 꽉 차 있었다. 신기했다.
아들은 수박 새싹이 편하게 자라도록 돕고 싶었나 보다. 방으로 들어가 물이 자동으로 뿌려지는 화단을 디자인한다. 재료를 아크릴로 할지, 나무로 할지 인터넷에서 가격을 검색한다. 아크릴은 너무 비싸단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만들겠단다. 고 3 1학기 기말고사가 3일 남았는데... 자동으로 떠오르는 생각... 그러나 생각의 방향을 돌렸다.
"그래, 그렇게라도 스트레스를 풀어야지. "
기계 공학도를 꿈꾸는 아들의 상상력에 긍정의 힘을 보태기로 했다.
"재료 살 돈이 모자라면 얘기해"
쿨한 아빠가 되고 싶었다.
내가 고 3이던 때를 돌아보면, 독서실에 가서 공부 대신 딴짓을 참 많이 했다. 독서실 1층 즉석 떡볶이 가게를 수시로 들락거리고, 공부하다 지겨우면 잠깐 읽으려고 가져간 소설책을 밤새 읽기도 하고, 친구들과 수다만 떨다가 샛별을 보며 귀가하기도 했다. 나도 그랬는데. 아니 더했는데. 아들이 최첨단 화단을 만들고 싶어 하는데 잔소리가 무슨 말이더냐?
코로나 확찐자가 된 아들.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지하 도서관에서 3층 교실까지 계단을 오르면 무릎이 아프다고 한다. 움직임도 불편하고. 살을 빼고 싶다고 한다. 마트에 가서 최근 7개에 만원 하는 닭가슴살 팩을 샀다. 동학년 협의실에 사다 놓은 곤약젤리도 하나 가지고 왔다.
아들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