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너무 쿨한 척 하나요?

사춘기 아들과 오춘기 아빠

by gentle rain

큰 아들은 고3, 작은 아들은 고1. 사춘기죠. 저는 53살. 오춘기입니다. 아들들은 싸인곡선을, 저는 코싸인 곡선의 감정선을 그립니다. 평탄한 커브를 그릴때도 있지만 서로 맞닿으며 부딪힐 때가 잦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처럼 저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보드게임을 빌렸습니다. 2년 전 가족여행 때 보드게임을 하며 온 가족이 즐거워했던 경험을 재연하고 싶었습니다. 눈과 손의 순발력을 요하는 '할리갈리 컵스'게임에서는 제가 현격한 차이로 꼴찌를했습니다. 사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피노키오게임, 원카드와 비슷한 진행방식의 우노게임을 연이어 하면서 온 가족이 모처럼 깔깔깔 웃었습니다.


얼마 전 아들은 갤럭시탭에 메가스터디 강의만 들을 수 있도록 환경 설정을 하고 탭을 자신의 방으로 가져갔습니다. 방에서는 인터넷이 잘 안된다고 하면서 탭을 다시 들고 나왔습니다. 아들은 책상 위에 오디오 선 외에 다른 선이 있는 것이 싫다며 거실 컴퓨터에서 동영상 강의를 USB에 저장합니다. 강의 한 강이 저장될때마다 '딩동' 소리가 납니다. 수십 번의 알림음이 울렸습니다. 그리고는 미리캔버스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강의 순서에 맞춰 공부 계획을 짭니다. 연습장에 계획을 쓰고, 다시 미리캔버스에 옮깁니다. 심혈을 기울입니다. 효과적인 공부계획보다는 디자인에 몰입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프로그램이 뜻한대로 되지 않는다며 4시간째 정성을 다해 계획서를 디자인합니다. 한글로 바로 계획표를 만들었다면 금방 끝날 끝났을 텐데... 안방에서 거실로 여러차례 오가며 아들이 무엇을 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아들은 여전히 계획표를 만들고 있습니다. 행여 제 잔소리가 아들과와의 관계를 멀어지게 할까봐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글을 끄적입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라고 말하고 싶은데 참고 또 참습니다.


민사고를 수석으로 입학하고 졸업하여 현재 '파라스타'공동대표를 하고 있는 김태훈씨는 세바시 강연 프로에서 공부를 '무엇을 새로 알게 되었지?', '새로 알게 된 것을 어디에 어떻게 활용할까?' 로 정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들은 공부하고 있는 거겠지요? 새로 알게 된 것을 아름답게 적용하려는 아들을 응원하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 마음을 굳게 다잡습니다.


아, 드디어 공부 계획표 디자인을 끝냈네요. 그러나 바로 공부할 거란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럼 제가 곧 속상하게 될 겁니다. 많은 경험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번엔 둘째가 안방 침대에 누웠습니다. "아...어떻게 하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소리칩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과제는 많고, 이해 안가는 내용은 많아 속상한가 봅니다. "꼭 안아줄까?" 말했는데도 안방침대에 누워 꼼짝하지 않네요. 뭔가 힘들긴 힘든가 봅니다.


사춘기 두 아들과 오춘기 아빠의 사이좋은 동거를 꿈꿉니다. 오늘 아이들의 마음에 흠집을 내지 않으려 애쓴 제 자신을 토닥토닥 칭찬합니다. "애썼다. 잘했다." 얼마있지 않아 아이들은 둥지를 떠나겠지요. 엄마, 아빠와 함께 지냈던 시간들이 따뜻하게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자라 장가를 가고 아이를 낳아 기를때 엄마, 아빠가 생각나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떠나고 우리 부부만 남으면 참 심심하겠죠? 걱정도 사서 하나요?


엄마, 아빠가 많이 사랑했다고, 많이 사랑하고 있다고 기억만 해주면 좋겠습니다.

제가 너무 쿨한척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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