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안부 01 - 겨울
도시에 사는 나는 평소 좀처럼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아.
마음먹고 쌍안경을 챙겨서 관측할 때를 제외하면, 많아야 한 달에 두세 번 정도만 고개를 들지도 모르지.
내 눈앞의 좁은 현실은 내 시선도 담보로 잡고 있으니까.
너희를 그릴 수 있는 이 겨울도 이제 마지막 구간으로 기울어져가고 있네.
눈의 여왕의 적막한 숨결과 다가오는 봄의 재촉.
둘 중 내가 무엇을 더 견디기 어려워할 것 같아?
월요일 아침, 10분 안에 샤워를 끝내고 옷가지와 물건을 주섬주섬 챙긴 후
영하의 추위를 방어하기 위해 평소보다 두껍고 무거운 패딩을 입고 출근하면서,
이번 한 주만 넘기면 연휴니까 한 주만 잘 버텨보자고 매주 반복되는 문장을 되새겼어.
난 겨울이 편해.
어떤 사람은 쓸쓸함 안에서만 쉴 수 있거든.
내가 발 뻗고 편하게 눕고 먹고 잘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쓸쓸함이야.
그 안에 오래 머물다 보면 행복해지려는 노력을 점점 하지 않게 돼.
세상적으로는 고독해 보일지 몰라도, 내 눈엔 그게 휴식처럼 보이니 점점 그쪽으로 기울게 되더라고.
겨울은 필연적으로 쓸쓸함을 제공하기 때문에
난 원하는 만큼 그 안에서 머물 수 있다고 생각했어.
베텔기우스, 벨라트릭스, 알니타크, 알닐람, 민타카, 리겔, 사이프, M42
영하의 날씨에 한강에서 달리기를 하고 집에 돌아가던 12월의 어느 날,
하늘에 어슴푸레 - 그물처럼 매달린 너희를 보았어.
그때는 똑바로 서 있는 사냥꾼 오리온의 모습이 아니라,
비스듬히 누워 알닐람을 비롯한 세 개의 별로 이루어진 벨트를 기준으로
베텔기우스와 리겔이 양옆으로 뻗어나간 날개 같은 모습이었거든.
문득, 내가 머무는 쓸쓸함이
그 날개 같은 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