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or-Pollux, 또 다른 나를 염원하는 밤

심야 안부 02 - 겨울

by 별의별


목성과 쌍둥이자리 DSLR EOS 650D 촬영



카스토르와 폴룩스에게,


오랜만이네.

너희를 마지막으로 본 게 1월 중순이었으니,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난 건가.

그때 난 휴가를 내고

동해의 어느 산속에 있는 절에서 템플스테이를 했었지.

두터운 회색빛 대기 커튼이 걷히고

땅의 불빛들이 잠잠한 그곳에서는

밤이면 너희가 꽤 또렷하게 아른거렸어.

밤 8시쯤 바깥으로 나와 평상에 누우면

하얗게 빛나는 먼지 덩어리들로 가득한 검은 장막이

나를 향해 천천히 침잠해 내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


그때 동쪽으로 고개를 들어 올리자

겨울 밤하늘에 나란히 누워있는

너희 쌍둥이의 모습이 보이더라.

대략 12년 주기로 너희 곁을 지나는 목성과 함께 말야.


난 한 때

'또 다른 나'라는 존재를 간절히 염원하던 시절이 있었어.

나를 위로하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존재는

결국 또 다른 나뿐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쌍둥이라면 아주 자연스럽게

서로의 마음과 생각이 일치할 거라고

막연한 환상을 품었던 것 같아.


닮은 존재들끼리 만들어내는 행동과 정서 속에서

내가 얻어갈 수 있는 힌트가 있지 않을까 싶어

쌍둥이가 등장하거나

그 모티브를 다루는 이야기와 영화를

부러움이 스민 마음으로 들여다보곤 했어.


소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의 루카스와 클라우스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라니스터 남매

애니메이션 '클레이모어'의 테레사와 클레어

그리고 기타 등등.


어차피 난 쌍둥이로 태어나지도 않았고,

형제자매도 없으니 -

대신 내 자아를 반으로 나누어

각각의 자아에 이름과 역할을 부여해보기도 했어.


이렇게 말하면

마치 이중인격을 시도한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글쎄.

그냥 나라는 사람을

2인 체제로 운영해 보고 싶었던 마음에 가까웠을 거야.


한쪽이 너무 과부하되지 않도록,

모든 책임을 혼자 떠안지 않도록.


하지만 각각의 자아에 어떤 이름을 붙여보아도,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않더라.


만약 물리적인 실체를 가지고 있다면 -

옛 영화 속 클론이든, 도플갱어든,

그 등과 등을 서로 맞댈 수 있다면

얼마나 편안할까.


점차 스스로를 분할하려는 시도 자체가

조금은 애처롭게 느껴졌고,

결국 어느 순간,

내가 하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어.


그런데 카스토르, 폴룩스 -


혹시 너희는

서로를 비추는 존재로 남기보다

유일무이한 하나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어?




조금 우스운 생각이지만,

밤하늘이 충분히 어두워야 너희가 선명해지듯,

내 방구석도 깜깜하고

작은 스탠드 등에만 의지할수록

이 노트북 앞에서

오히려 내 마음이 더 또렷하게 들여다보이는 게 아닐까.


너희에게 보내는 이 편지는

어쩌면 가장 어두울 때,

가장 명료한 상태에서

내가 나라는 별에게 남기는 자필이야.

매거진의 이전글오리온, 너희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