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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작가 Jul 22. 2021

엘 칼라파테 비행

From Bariloche to El calafate

바릴로체에서 엘 칼라파테로 넘어가는 비행기 안. 뒤의 아주머니는 나의 무엇을 보고 계셨던 걸까. 
아무리 비행기를 많이 타도 창가 좌석은 언제나 설렌다. (나이 들면 통로 좌석을 더 좋아하게 되던데...)
호수가 내려다 보이던 엘 칼라파테. 
호수를 향해 뻗은 활주로. 호수를 향해 돌진하는 기분이었다. 



창밖으로 푸른 호수가 보인다. 

바다인지 호수인지 모를 만큼 수평선을 가진 호수. 

비행기는 호수로 난 활주로를 미끄러지다 멈춰 섰다. 


빙하의 도시, 

엘 칼라파테에 도착했다. 




엘 칼라파테 공항에 있던 표지판 



여기가 대체 어디지.
집에서 떨어진 거리만큼이나 아득하다. 






  도시에 도착해 공항을 빠져나갈 때, 창밖 풍경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우리나라만 해도 인천 공항도로의 느낌과 김포의 느낌, 부산 김해공항의 도로, 제주 도로의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다른 느낌을 주는 건 가로수의 느낌도 크게 한 몫하리라 생각한다. 아르헨티나의 공항도로들도 그러했다. 엘 칼라파테는 황무지에 다육식물들이 듬성듬성 나 있어 황량한 기분이 들었다. 빙하의 도시로 왔는데 사막 같은 느낌이라니. 묘했다. 





  매번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공항에서 도심으로 이동할 때 택시를 탔었는데, 엘 칼라파테에서는 공항버스를 이용했다. 우리가 묵을 숙소 사장님께서 오는 법을 자세히 알려주신 덕분이었다. 






  다행히 마을로 들어서니 커다란 포플러 나무들과 초록 집들이 우리를 반겨준다. 아르헨티나는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더 잘 산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바글바글한 도시, 치열하게 대모 하는 사람들, 지나간 번영과 처절한 삶들이 한데 뒤엉켜 있는 것 같았는데, 바릴로체와 엘 칼라파테로 내려오니 그런 것들은 이미 다른 세상 이야기 같았다. 실제의 삶이 어떤지 가늠할 순 없으나, 도시가 보여주는 풍경은 평온해 보였다.

 

  그마저도 지구 반대편의 삶과 우리의 삶이 별 반 다르지 않다 싶었다. 우리는 결혼 전엔 10년 넘게 자취하며 서울시민으로 살았다. 둘 다 망원동에 살았던 우리는 가능하면 망원동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해보려고 했으나, 기형적으로 틀어진 구조의 13평짜리 빌라를 보고 나온 순간 깨달았다. 서울을 떠날 수밖에 없구나. 


  망원동 부동산 사장님께 죄송하다고, 우리는 경기도로 가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부동산 사장님이 그랬다. 


  "한 번 서울 밖으로 나가면 다신 못 돌아와요." 


  그땐 그 말이 어떤 경고처럼 들렸다. 그러니 어떻게든 발 붙이고 있으라는 느낌으로. 무시무시한 예언 같던 그 말은 사실이 되었다. 우리는 경기도 파주에 집을 마련했고, 이곳에 산 이후로 더 이상 서울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더 넓고 깨끗한 주거공간과 쾌적한 도로와 거리, 잘 구성된 상가와 학교들. 더 많은 여유를 가진 우리는, 더 이상 비좁은 틈을 비집고 서울로 들어갈 마음이 사라졌다. 


  그런 생각을 하며 우리는 우릴 따뜻하게 맞아 줄 숙소에 도착했다. 





엘 칼라파테에서 한국인, 일본인들에게 제일 유명한 숙소, 후지 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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