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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작가 Jul 23. 2021

엘 칼라파테 가서 빙하 위스키 한잔 어때?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 2



후지여관에 붙어 있던 투어, 버스 예약 안내. 요금은 그때그때 달라지니, 투어 종류와 버스 노선만 참고.




  "빙하투어에 갈 수 있을까요?"


  후지여관 여사장님을 뵙자마자 우리는 다급하게 물었다. 사장님과의 첫인사, 2인실이라 좋네요, 저희가 지구 반대편까지 오다니요, 이런 아이스 브레이킹이고 뭐고 간에 우리는 빙하투어를 갈 수 있을 것인가, 말 것인가! 신혼여행 최대의 고비 앞에 서 있었다.


  "보통 빙하 트래킹은 아침에 출발해서 지금은 못 가요.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가면 모레노 빙하를 볼 수 있는 전망대까지는 갈 수 있는데, 거기만 가도 좋아요. 선착장 옆으로 산책로를 걸어가면 빙하를 가까이에서 볼 수도 있고, 거기서 유람선을 타면 호수 위에서 빙하를 볼 수도 있어요. 근데 그것도 1시 출발이 마지막이긴 한데... 이럴 시간이 없네! 빨리 터미널로 나가 봐요, 빨리!"


  여사장님이 우리를 다그쳤다. 벌써 12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후지여관에서 터미널까지는 걸어서 15분 거리. 우리는 필요한 짐들만 가방에 넣어서 부리나케 신발을 신었다.


  "버스 터미널에 가면 여행사 부스가 많이 있어요. 거기 가서 물어봐요."


  사장님은 우리가 걱정이 되는 듯, 달려 나가는 우리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빙하투어를 진작에 예약해두었으면 참 좋았겠지만, 투어 종류가 여러 가지인데다 시간도 제각각이어서 자세히 알아보다가 예약할 시기를 놓쳐버렸다. 후지여관 사장님께 미리 얘기를 해 두면 대신 예약해주신다는 걸 도착하기 하루 전에야 알아버린 것이다. 늦게라도 사장님께 예약이 가능할지 메일을 보낸 다음, 답변을 받지 못한 채 후지여관에 도착했다. 우리가 너무 늦게 연락한 바람에, 사장님도 미처 예약을 못 하셨다고 했다. 오늘 아침에라도 예약을 해보려고 했는데 못 하셨다고. 우리는 늦게 말씀드려서 죄송하다고, 애써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씀을 드리고, 혹시 못 가게 되더라도 괜찮다고, 우리의 운이라고, 말씀드렸다. 부탁을 늦게 드린 건 우린데, 우리가 빙하를 보러 가지 못하면 어떡하나, 사장님이 마음 써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엘 칼라파테에 온 이유는 단 하나. 빙하 투어를 하기 위해서였다.

  빙하라니, 세상에, 빙하라니! 빙하가 녹아서 지구가 울고 있다는 말만 들어봤지, 살면서 직접 빙하를 볼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 (이렇게 생각하는 나는 너무 지구러버인가...? 빙하, 오로라, 세렝게티, 아마존, 마다가스카르...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랑해.)


  파타고니아 지방 남쪽에 위치한 엘 칼라파테는 빙하의 도시다. 이곳에는 로스 글라시아레스(Los Glaciares) 국립공원이 있는데, 이름 그대로 '빙하 국립공원'이다. 생각만 해도 시리도록 푸른 빙하들이 펼쳐진 장관이 생각나서 마음이 설렌다. 이곳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며, 이곳의 빙하는 남극과 그린란드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제일 큰 파타고니아 빙원에 속해 있는 빙하들이다(그러니까,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빙원이라는 얘기).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에서 단연 유명한 건 바로, 페리토 모레노 빙하(Perito Moreno Glacier)다. 다른 빙하들은 보트 투어로만 접근이 가능하거나 쉽지 않은데, 모레노 빙하는 국립공원에 입장하면 걸어서 볼 수 있는데다 손에 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서 구경할 수 있다.


  빙하를 보는 게 뭐 대단한 거라고?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까. 너무 추울 것 같아, 위험하지 않을까, 힘들지 않을까, 이러한 걱정과 고민을 한방에 날려준 사진이 있었으니, 바로...


*출처: Hieloy&Aventura 페이스북


  바로 이 사진이었다.

  빙하 트래킹을 마치고 보트에 타면 호수 위에서 빙하를 보며, 빙하 얼음 한 조각을 띄운 위스키를 한잔씩 나눠 준다는 거였다. 이건 정말 참을 수 없었다. 빙하 위스키라니! 빙하 위스키라니!!! 어쩌면 그냥 얼음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빙하'가 아닌가. 빙하 트래킹이 끝나고 이 빙하 위스키 한 잔을 맛볼 수 있다면, 엘 칼라파테에 온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빙하 투어는 크게 두 가지. 4시간 정도 걸리는 미니 트래킹, 7시간 정도 걸리는 빅 아이스. 미니 트래킹은 중간 정도 레벨의 코스고, 빅 아이스는 3시간 30분 동안 얼음 위를 걷는 게 포함되어 체력적으로 더 힘든 코스기도 하다.


  투어 출발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고, 매일 다른 시간에 출발한다고 되어 있어서 예약하거나 직접 가기 전에는 알 수가 없었다. 분명한 건, 모두 오전 중에 출발한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우리는 빙하 투어는 할 수 없었다. (내 빙하 위스키 안녕...) 그래도 후지여관 사장님이 투어는 못 해도 전망대는 갈 수 있다고 알려주신 덕분에 버스 터미널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빠른 걸음으로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투어 버스가 떠나기 20분 전이었다. 터미널에는 여행사 부스가 여러 개 모여 있었는데, 빙하 투어 말고도 낚시 투어라든가 캠핑 투어라든가 다른 투어 상품들이 많았다. 투어 회사를 고르고 말고 할 것 없이, 모레노 빙하 투어라는 현수막이 걸린 곳으로 곧장 걸어갔다.


  "모레노 빙하 투어에 갈 수 있을까요?"


  "언제 가는데요?"


  "지금요."


  "WHAT!!!"  


  직원은 당황한 듯, 시계를 한 번 보고 컴퓨터로 예약 상황을 체크했다. 그리고 이내,


  "Oh, You are so lucky! It’s last!"


  하고 웃으며 티켓 두 장을 내밀었다.


  "WOW!!! THANK YOU!!!"


우리를 모레노 빙하로 데려다 줄 행운의 티켓 :)

  이것이 마지막 자리였다니! 우리는 날아갈 듯이 기뻤다! 빙하투어에 못 가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했는데 마지막으로 딱 두 자리가 남았다니! 투어 출발 20분 전에 티켓을 구하다니! 조금만 더 늦게 왔더라면 빙하를 못 보고 갈지도 모르는 일이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직원이 버스가 있는 쪽을 가리키며 어서 뛰어가라고 했다. 우리는 단숨에 버스까지 달려 뛰어올랐다. 25명 정도 탈 수 있는 미니버스 안에 동양인은 우리 둘 뿐이었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보다는 서양인들에게 더 많이 알려진 여행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버스의 맨 뒷좌석 두 자리가 남아 있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가 앉았다. 신기한 것은, 버스 맨 뒤쪽에 작은 화장실 칸이 붙어 있었다. 그곳에서부터 찌릿한 냄새가 약간 새어 나오긴 했지만 아무렴 상관없었다. 빙하투어를 가는데!


  "와, 우리 운 진짜 장난 아니다!"


  해맑이 감탄을 내뱉었다.


  "쪼금만 늦었어도 못 갈 뻔했어. 휴우."


  "운이 좋았다!"


  "우리 남은 운을 여기에 몽땅 털어버린 거 아니야? 어떻게 이렇게 마지막으로 남은 두 자리를 딱, 얻을 수가 있지?"


  들뜬 마음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버스는 드넓은 초원 위를 달렸다. 나무 한그루 없이 풀만 무성한 초원 위에 소떼들이 띄엄띄엄 풀을 뜯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목장인 걸까. 소들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있는 걸까. 이 땅의 주인은 한 명일까, 여러 사람일까. 이 소떼의 주인도 한 명일까, 여러 사람일까. 한 시간 내내 이어지는 비슷한 풍경에 어느새 우리는 까무룩 잠이 들었다.


황무지 같은 초원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던 하얀 집 한 채. 저곳에서 사는 삶은 어떤 삶일까.
드넓은 초원 위에서 방목으로 자라고 있는 소들.






아르헨티노 호수와 저 멀리 보이는 모레노 빙하. 우리가 갔던 날은 날이 흐렸다.


  빙하가 녹아 시리도록 푸른 빛깔의 호수를 만들었다.  호수의 이름은 LAGO ARGENTINO. 바로, 아르헨티노 호수다. 아르헨티나의 국기는 가로로 3등분 되어,  위칸은 하늘색, 중간은 흰색,  아래칸은 다시 하늘색이다. 이것은 차례대로 하늘-빙하-호수 뜻하는데,  호수가 바로  아르헨티노 호수다.




아르헨티나 국기를 닮은, 하늘 - 빙하 - 호수


빙하 투어를 하려면?


  엘 칼라파테에서 빙하를 볼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빙하 트래킹을 할 수도 있고, 우리처럼 국립공원 안에 있는 전망대까지만 가서 보트 투어를 할 수도 있다.


  빙하 위를 걷는 빙하 트래킹은 ‘미니트래킹’과 ‘빅 아이스’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빙하 위를 얼마나 오래 걷고 오느냐와 난이도에 따라 나뉜 것이다. 미니 트래킹은 1시간 30분, 빅 아이스는 3시간 30분 코스다. 각각 트래킹을 할 수 있는 연령이 제한되어 있으니, 미성년자나 50세 이상의 여행자가 있다면 비교를 잘해 볼 것.


  한인 민박집에 묵는다면, 그곳에서 예약 대행을 해 주기도 한다. 직접 예약할 경우에는, www.HieloyAventura.com 로 가서 하면 된다. 아르헨티나는 환율이 자주 바뀌어, 투어비 용도 자주 바뀐다. 후기에서 가격을 찾아보기보단, 예약하기 직전에 홈페이지에서 가격을 검색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우리처럼 국립공원 안에 있는 전망대까지만 가는 것은 한인민박을 통해서 예약하거나, 직접 버스터미널로 가서 티켓을 사면된다. 국립공원은 입장할 때 입장료를 따로 내야 한다. 투어 비용과는 별개로 지불해야 하니 당황하지 말 것. 우리는 투어 비용에 포함되어 있는 줄 알고 현금을 넉넉히 챙겨 오지 않아, 주머니에 있는 돈을 탈탈 털어서 겨우 입장료를 냈다. 1인당 입장료는 500페소(당시 1인당 32,000원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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