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식은 게 아니라, 깊어진 거야
연애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많은 것을 해 주고 싶었다. 좋아하는 사람한테 좋은 것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득했다. 데이트에는 몇 시간을 들여서 식당과 놀거리를 찾기도 했다. 놀러 갈 때마다 트리플이라는 여행 어플에 코스를 정리하여 애인에게 공유했다. 예쁜 말을 해 주고 싶어서 하루 종일 시와 연애 소설을 찾아 읽기도 했다. 만날 적마다 자잘한 선물을 하나씩 사서 주고받기도 했다. 하루에 몇 시간 이상을 애인에게 몰두할 정도로 난 푹 빠져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원래의 나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마치 마법에서 천천히 깨어나기 시작한 사람처럼. 데이트를 준비하겠다고 몇 시간을 조사하는 일은 사라졌고, 트리플이라는 여행 어플 또한 애인이 보지 않는다는 걸 알자 어느 순간부터 사용하지 않기 시작했다. 예쁜 말을 위한 것이 아닌 내가 원해서 본 소설과 문구에서 애인이 떠오르거든 그때 애인에게 알려주었다. 선물도 꼭 주고 싶은 것만 사서 가끔 해 주었다.
여전히 애인에게 좋은 것을 해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처음처럼 오버하는 일은 없었다. 대신 시간이 지날수록 무언가를 깨닫게 된다. 바로 '싫어하는 일을 하지 말기'다. 좋아하는 일을 많이 해주는 것보다, 싫어하는 일을 단 한 번 안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몇 번의 갈등을 겪고 나면 그걸 깨닫게 된다. 나 역시 애인이 날 웃게 할 일을 세 번 해 주는 것보다 내가 싫어하는 일을 한 번 해 주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는 초반과는 많이 달라진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애정의 깊이가 달라진 것이 아니다. '노력'할 방향이 바뀌었을 뿐 애정은 그대로다. 아니, 오히려 깊어졌다.
얼마 전, 조금 꾀죄죄한 모습으로 여행을 다녀오고선 애인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이제 너랑 꾀죄죄한 모습으로 놀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서 캠핑 가고 싶어졌어. 가서 우리 꾀죄죄하게 놀자.” 처음 만날 땐 서로의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 했던 우리가, 이제는 편안한 모습까지도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장족의 발전이다.
처음의 사랑은 빛나지만, 오래가는 사랑은 투명하다.
서로를 눈부시게 하는 대신, 조용히 스며들며 상처 주지 않는 관계.
나는 이제 그런 사랑을 더 오래 지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