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 : 서랍 네 칸 정리하기
나는 1인 가구다. 내가 가장이자 식솔이다. 집안일도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아주 엉망이 된다. 처음 독립을 하고 나서 든 생각은 '왜 집에서 잠만 자는데 먼지가 이렇게나 쌓이는 걸까?'였다. 다음으로는 '화장실 청소를 안 하면 물때가 이렇게 생긴다고? 이게 다 물때라고?'였고. 자매품으로 '음식이 이렇게 빨리 상한다고?'도 있다. 게다가 날이 조금이라도 흐릴 때 빨래했던 날은 '빨래에서 나는 이 냄새는 뭐지?'라는 문제에 봉착하기도 했다.
거의 모든 게 문제였다. 그냥 기본만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기본은 사실 허들이 무지막지하게 높았다. 살림은 절대 쉬운 게 아니었다. 절대. 저얼대. 혼자서 산 게 일 년을 넘기자 저절로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이 높아졌다. 그리고 지금도 난 살림살이 하수 중에 하수다. 옷을 바닥에 마구 벗어놓진 않지만, 청소기를 하루에 한 번씩 돌리기는 하지만.
사실 나는 정리정돈에 아주 취약하다. 나름대로 치운다곤 하지만 물건들은 분류되어있지 않고 영 지저분해 보인다. 서랍 안에 물건들은 엉망으로 놓여있고 책상 위에 물건들도 정리정돈이 되어 있지 않다. 주방도 마찬가지다. 그냥 있다. 그렇게 일 년 정도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문득 그것들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정리정돈을 아예 극혐 하는 건 아니다. 어렴풋 그런 생각을 한 번씩 하긴 했다. 정리정돈을 어떻게 해야 할지 누가 강의해 주면 좋겠다고. 그런 마음에서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늘 이론적인 이야기만 나왔다. 15분만 정리하라. 우선 딱 한 곳만 정리하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확히 어딜 어떻게 정리해야 깔끔해 보이는지가 필요했던 내게 효과적인 정보는 아니었다. 또는 정리정돈에 효과적인 다이소 물품 TOP 3 이런 식으로 물건 광고만 잔뜩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물건을 알아야 분류하고,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 나는 막연히 이런 상상도 했다. 누가 내 집에 있는 물건들로 '재고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공장이나 편의점처럼. 그러면 정리가 더 쉬워지지 않을까. 지금 보니 참 꿈이 컸다.
어느 날 또 정리를 하고 싶다는 욕망에 차올라 유튜브에 검색하던 나는 한 숏츠를 보게 된다. 서랍 칸에 아무렇게나 쌓아둔 니트들을 돌돌 말아 차곡차곡 보관한 영상이었다. 그걸 보고 불현듯 깨달음을 얻은 나는 옷이 들어간 서랍 네 칸을 싹 정리했다. 그리곤 '양말 정리하기', '옷장 서랍 정리하기'등 구체적인 키워드로 유튜브에 검색해서 정리법을 공부했다. 정리하고 싶은 곳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되는 일인데. 이렇게나 쉬운 걸 왜 늘 '정리정돈 잘하는 법'처럼 애매하게 검색했을까? 모르는 일이다.
어쨌든 아직 나의 집은 고작 서랍 네 칸이 정리됐을 뿐이다. 앞으로 정리할 곳은 널리고 깔렸으니 정리를 할 때마다 브런치에 단계별로 기록하려고 한다. 글을 30 개쯤 쓰면 그때는 하수가 아니라 중수 정돈 되지 않았을까. 언젠가는 고수가 되어서 '우리 집 재고관리 시스템'이 내 머릿속에서 활성화된 상태일지도 모른다.
그날이 오기까지,
끝없이 정리하자.
1인 가구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