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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 Luna May 23. 2023

에필로그- 나를 위한 노래


“왜 우리는 남의 시선이라는 게 그렇게 중요할까요. 내가 친구가 몇 명이나 있는지, 어떤 차림으로 어떤 동네에서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는지가 남 보기에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당연히 저 역시 거기서 아직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기 때문에 계속 갈망하는 거죠. 좀 더 자유로워지고 싶다, 남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든 아무것도 가리거나 꾸미지 않아도 될 만큼 단단하고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런 바람을 항상 갖고 살죠. 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자유로움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없으면 인생은 결코 나다울 수도 없고 행복할 수도 없으니까요.” -이석원, <나를 위한 노래> 중에서.


 이번 여행에 함께한 책, 이석원의 <나를 위한 노래>는 여행 틈틈이 읽다가 세비야에서 마지막장을 덮었다. 책을 다 읽고 작가가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는 ‘자유로움’에 대해서 나도 생각했다. 세비야의 노천카페에서, 라 가리가의 산책길에서,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나는 자유로운가. 자유롭게 살았던가. 자유로움이란 무엇인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살고 있었을까. 누군가에게도 욕 들어 먹지 말고 반듯하게 살아야 한다는 교육 아래, 그럴듯해 보이고, 있어 보이는 외모와 꾸밈을 좇아 다급해하고 있었던 걸까. 도대체 누구에게 그렇게 잘 보이고 싶었던 걸까. 누구도 나에게 그렇게까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데, 뭐가 그리 불안해서 몸까지 아팠을까. 어딘가에도 다다르지 못하고, 도태될까 봐 늘 걱정하며 살았을까.


 나를 불안과 조급함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한건 여행과 요가였다. 친구도 쇼핑도 집도 차도 가족도 아니었다. 여행을 통해 자유로움을 알아갔고, 낯선 풍경 속에서 몰랐던 나를 발견하고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요가를 통해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았고, 숨 쉬는 법을 깨우쳤다.

 여전히 나는 많이 흔들리고 절망하고 때때로 조급함이 밀려온다. 하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단단해져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이해되지 않던 응어리들이 어느 날 스르르 마음속에서 녹아내리고, 보이지 않던 모습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온다. 햇살과 바람이 계절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 피부에 와닿는다.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만약 돌아간다면 나는 그때의 나에게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미리 걱정할 일은 아무것도 없고,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고, 지금 충분히 아름답고 예쁘고 소중한 존재라고 그때의 어린 나에게 아주 친절하게 말해 주고 싶다. 그때의 나에게도 누군가 그렇게 말해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와닿지 않았을 테지. 그때는 몰랐을 테지.


 보름간의 스페인 여행이 끝났다. 혼자 다니고 있는 중년의 동양 여자에게 친절을 베풀어주었던 감사한 사람들이 떠오른다. 바르셀로나 기차역에서 열차 티켓에 문제가 생겨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자신의 티켓으로 개찰구를 열며 나를 같이 빠져나오게 해 준 금발의 여행자. 세비야 성당 뒤 레스토랑에서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었던 한국인 여행자. 론다의 협곡에서 예쁘게 사진을 찍어 준 여행자. 로드샵에서 블라우스를 샀을 때 단추를 하나 더 챙겨주던 눈이 아름다웠던 스페인 직원.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행 마지막 날 캐리어의 지퍼가 고장 나 난감해하던 나에게 기꺼이 본인의 이민백을 내어 주시던 라 가리가의 민아 사장님. 공항에서 먹으라며 도시락까지 싸 주셨을 때 정말 눈물이 날 뻔했었다.


  외롭지 않았다. 감사함과 사랑을 받았고 배웠다. 나 또한 다른 곳에서 다른 여행자들에게 베풀 수 있는 기회가 올 거라 믿는다. 다시 비행기를 탄다.

아디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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