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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 Luna Aug 26. 2024

인도를 다녀와서

 강렬하고 멋진 여행이었다. 다소 힘들고 평범하지 않은 곳을 함께 했던 일행들도, 인솔자도 마음을 나누기에 충분한 추억을 공유했다. 인도를 떠나는 날, 델리 공항의 펍에서 여행 중 가장 그리웠던, 맥주를 마시던 날이 떠오른다. 우리는 인도를 다녀와서 서울에서, 파주에서, 양양에서 만났다. 양양의 동호해변에서는 각자 가져온 매트를 펼쳐놓고 인도에서처럼 함께 요가를 했다. 바닷바람의 시원함과 오후 햇살의 따사로움과 내 호흡 속에서 느끼는 자유로움은 영혼까지 충만하게 했다.

인솔자는 요가선생님이기도 했다. 깡마른 몸에서 엄청난 카리스마를 뿜어내었고, 살뜰하게 여행자들을 챙길 줄 알았고, 여행을 많이 해 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답고 자유로운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가 했던 말 중 “신께 소원을 비는 삶이 아닌, 감사를 드리는 삶을 살길 바랍니다.”는 오래오래 내 마음을 울렸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신께 소원을 빌지 않기로 했다.

버킷리스트에 있던 여행을 다녀온 후 나는 조금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표정이 밝아지고 잘 웃게 된 것이다. 한 직장 동료는 내게 얼굴이 밝고 좋아 보인다고, 무슨 시술을 받았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표정이 밝아지니 마음도 밝아졌다. 예민함도 사라졌다.

나는 몇 년 전에 공황장애를 앓았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 이미 지나버린 일을 상상하고 불안해하고 염려했다. 불안한 상상들은 풍선처럼 부풀어 머릿속을 휘젓고 다녔고, 둥둥 떠다니는 갈 곳 없는 마음은 허상의 줄을 타고 이어지고 이어지다 결국 터지고 만 것이다. 예기불안이 깊어지면서 과호흡 증상과 함께 응급실에 실려갔다. 잠도 쉽게 들지 못하고, 쉽게 깨어나 다시 잠들지 못했다. 피로가 쌓인 몸과 마음은 방전 직전의 상태를 유지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견뎌냈다.

그 고비를 넘기면서 조금씩 내 마음의 고삐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평온한 삶을 지향하고, 되도록 고요한 마음을 유지하려고 했다. 내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심하게 자책하지도 않고 게으름을 부리더라도 나를 이해하려고 했다. 나 자신과 잘 지내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다녀온 인도 여행은 효능 좋은 영양제를 먹은 것 같았다. 몸도 마음도 조금 더 건강해진 것 같았다. 앞으로 더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고,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을 신뢰하게 되었다. 더 이상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을 것이다. 나 자신을 믿으며 하루하루 정성껏 살아내면 되는 것이다.

인도도 무사히 다녀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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