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속으로 사라진 사람
이제는 정말 마지막으로 아버님과 인사를 해야 했다. 두 손을 모으고 곧게 누워 있는 아버님이 서서히 어두운 터널 속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자리를 옮겨 불길 속으로 사라지는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길고도 묘한 시간이 흘렀다.
기다림의 동안 남편의 세 누나들은 담소를 나누었고,
넷째 누나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다른 공간에서 슬픔을 나누고 있겠지 생각했다.
나와 남편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침묵 속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얼마나 울었을까. 분노, 슬픔, 두려움, 허무함 모든 감정이 뒤섞여 눈물로만 흘러나왔다. 그 눈물은 아버님을 향한 것이기도 했지만, 이제야 끝을 받아들이는 나 자신을 위한 눈물이기도 했다.
잠시 후, 아버님은 임플란트 몇 개를 제외하고 한 줌의 재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그 순간, 마음속 어딘가가 완전히 비워지는 느낌이었다.
“여보, 아버님 마지막으로 집에 들렀다 가자. 그래야 내 마음이 조금 편할 것 같아.” 내가 말했다.
우리는 조심스레 아버님의 영정사진을 들고 청담동 건물로 향했다.
긴 운구차가 좁은 골목을
힘들게 들어가고 곧 집이 보인다.
건물 관리를 맡아서 해주셨던 소장님이
대문을 활짝 열어주시며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보인다.
영정 사진을 든 남편과
갑자기 나타나 남편을 따라가는 누나.
그 둘은 건물의 구석구석을 돌았다.
아버님이 걸었던 계단, 앉아, 지나던 사람들을 바라보던 창가, 늘 문을 잠그고 들어가셨던 방.
한 층 한 층 계단을 오르내리며, 그 모든 공간을 천천히 돌며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건물의 벽에 남아 있던 시간의 냄새가 그제야 조금은 다르게 느껴졌다. 이제 그 공간은 아버님이 아닌 우리의 시간으로 채워져야 했다.
중간중간 흐느껴 슬피 울던 남편 누나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