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흔적
장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여는 순간, 바닥에 흩어진 물건들이 길처럼 이어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급히 지나가며 흘리고 간 흔적 같았다.
하나씩 주워 테이블 위에 올려두는데,
뒤따라 들어오던 남편의 누나가 물었다.
“뭐야, 이게?”
“모르겠어요. 이상하네요. 들어온 사람이 없는데…”
그 말이 내 안에서 오래 울렸다.
옷을 갈아입으려고 옷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내가 정리해둔 옷들의 방향이 달라져 있었다.
급히 뒤적인 듯, 접힌 옷들이 흐트러져 있었다.
분명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었다.
‘우리가 장례식장에 있었던 그 시간,
누군가 집에 들어왔던 거야.’
직감이 말했다.
“여보, 누가 왔었나 봐. 집이 이상해.”
“오긴 누가 와? 우린 다 장례식장에 있었는데…”
남편의 말이 끝나자,
그는 갑자기 얼굴이 굳어졌다.
“아버지 클러치가 없어.”
그 클러치는 남편이 직접 디자인해
아버님께 처음으로 선물했던 가방이었다.
아버님은 그 안에 통장과 도장,
그리고 작은 귀중품들을 늘 넣고 다니셨다.
남편은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모두 장례식장에 함께 있었기에
집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단 한 사람,
몸이 아프다며 장례식에 오지 않았던 누나와 어머니를 제외하면.
남편은 두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그들은 단호했다.
“들어간 적 없어.”
"비밀 번호도 모르는데 어떻게 들어 가?"
“그 집엔 네가 사는데, 네가 가져간 거 아냐?”
순식간에 의심은 남편을 향했다.
그의 얼굴에서 피가 가셨다.
집 벽면에는 ‘CCTV 작동 중’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가짜였다.
아버님이 방범용으로 붙여둔 문구일 뿐,
제 카메라는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적어도, 어린 시절 부터 그 건물에서 살아 온 가족들은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만 몰랐다.
남편이 건물 관리를 돕던 시절,
직접 CCTV를 설치해 두었다는 사실을.
남편은 누나들을 모두 불러
관리실로 향했다.
“CCTV를 확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