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균열이 처음으로 흔들리던 순간
폭군 같은 아버님의 그늘 아래에서
어머님과 다섯 남매는 서로를 붙잡고 살아야 했다.
두려움과 혼란 속에서도,
그들만의 작은 연대는 분명 존재했다.
아버님이라는 거대한 벽 바깥에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버텼다.
상처를 숨기고, 때로는 지우며.
그들은 자주 서로에게 약속했다고 한다.
“나중에 부모님 재산을 물려받더라도
우린 절대 싸우지 말자.”
“돈 때문에 우리가 갈라질 거면
차라리 아무것도 안 받는 게 낫겠지.”
아픔을 덮기 위해 나눈 말이었지만
그 말들엔 분명 서로를 붙잡으려는 마음이 있었다.
그 얘기를 남편에게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그들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폭력의 폭풍 속에서
작은 체구로 서로를 가려가며 버티던 형제자매들.
남편이 학생이던 시절,
셋째 누나는 이미 성인이었고
조용하고 의기소침했던 막내에게
알바로 번 돈으로 검도와 수영을 가르쳐주었다고 했다.
그건 아마,
그 가족이 서로를 지키려 했던
가장 순수하고 정확한 방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각자의 삶을 시작한 후,
그 평행선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결혼을 했지만
길고 안전한 삶을 누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셋은 사별, 한 명은 이혼.
결국 그들은 다시 하나의 지붕 아래로 돌아왔다.
오래 전의 상처와 습관을 그대로 안은 채.
그래서였을까.
나는 그들 사이에서 늘 ‘조심스러운 외부인’이었다.
따뜻함과 경계심이 동시에 섞인 눈빛.
마치 오래된 가구들 사이에
새로 들여놓은 의자 같은 기분이었다.
남편은 나에게 처음부터
이 집의 이야기를 숨기지 않았다.
우리의 대화엔 늘
그들의 상처, 기억, 그리고 얽힌 매듭이 함께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묘하게 안쓰럽고, 또 따뜻했다.
하지만 그 단단해 보이던 결속은
아버님의 삼우재가 지나기도 전에
한순간에 기울기 시작했다.
정말 중요한 순간에는
버텨주지 못하는 끈들이 있다.
겉으론 아무 일 없는 듯 버티다가도
어느 날, 아주 작은 충격에도
“툭” 하고 끊어지는 그런 끈.
그들의 끈도
그렇게 소리 없이,
그러나 분명하게
끊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