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결국 경찰에 신고했다.
집안 금고의 도난 사실과 CCTV 속 장면,
그 두 가지가 전부였다.
신고 대상은 명확했다.
누나들 중 한명과 그 분.
증거가 분명했고,
남편은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며칠 뒤,
국과수 직원들이 우리 집에 도착했다.
낯익은 얼굴이었다.
“번거롭게 또 오셨네요.”
내가 조심스레 말하자
그들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게 저희 일입니다.
염려 마세요.”
그 말이 이상하게 따뜻했다.
누군가 우리 편이 되어주는 느낌이
그때 처음으로 들었다.
직원들은 금고를 중심으로
지문을 하나하나 채취했다.
손전등의 불빛이 천천히 움직였고,
방 안의 공기는 더 차가워졌다.
며칠 후, 결과가 나왔다.
‘금고 안에 실제 물건이 있었는지,
여자 두 명이 가져간 물건의 내용을
특정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덧붙여진 한 문장.
‘다른 사람들의 지문이 다수 검출되었습니다.’
그 한 줄이
모든 걸 흐리게 만들었다.
명확했던 분노가
이제는 방향을 잃은 연기처럼 흩어졌다.
남편은 다시 누나들을 집으로 불렀다.
첫째를 제외한 나머지 둘 이 모였다.
남편은 결과지를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이게 조사 결과야.”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셋째가 입을 열었다.
“근데… 정말 그런 것들이 있었어?
있었다는 증거는 있어?”
둘째가 말을 이었다.
“우리 지문 많이 나왔겠네.
그날 나 수건 찾다가 그 근처 많이 만졌는데.”
그들의 불안한 기색은 감춰지지 않았다.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손을 꼭 쥐었다.
그 손의 떨림에서
나는 느꼈다.
그의 마음이 부서지는 소리를.
남편은 그날 밤 내게 말했다.
“셋째가 분명히 맞을 거야.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어.”
하지만 누나들은
오히려 남편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없는 걸 있다고 하는 건
오히려 네가 뭔가 숨기고 있어서 아니야?”
그들의 눈빛은 이미
한때 가족이었던 사람을
타인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한 발자국 뒤에서
그 장면을 바라봤다.
누가 진짜이고,
누가 거짓인지
이젠 아무것도 구분되지 않았다.
며칠 후,
변호사와의 대화 중 알게 되었다.
“이런 경우엔 친족상도례가 적용됩니다.”
그 말은 뜻밖이었다.
“가족이 범인이라도
법적으로는 죄가 되지 않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온몸이 서늘해졌다.
진실이 밝혀져도,
누구도 벌받지 않는 세상.
그게 바로
가족의 이름으로 덮인 현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