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를 아는 사람들

나만 빼고 모두가 아는 비밀의 공간

by dear M

그 집에서 자라온 가족들은 모두,
그 방 안 아버님의 금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대놓고 말하지 않았다.
그건 각자의 마음속에만 간직된,
‘나만 아는 비밀’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님이 금고를 열 때마다
문틈 사이로 스치듯 보았던 장면들.
그 잠깐의 빛과 쇠소리, 그리고 그 안에 무엇이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은
각자에게 다른 형태의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누군가는 그 공간을 ‘황금이 쏟아질지도 모르는 문’이라 여겼고,

누군가는 그저 ‘아버님의 손길이 닿은 신성한 곳’이라 믿었다.
하지만 모두의 마음 한켠엔 같은 생각이 있었다.
“이건 내가 혼자 알고 있어야 해.
다른 사람에겐 절대 말하지 말아야 해.”


검정 비닐 봉투에 담겨지는 현금 뭉치들.

그 봉투를 꼭 꼭 묶어 장농 바닥에 던져지는 모습들.


아버님의 비밀을 ‘나만이 알고 있다’는 그 감정은
이상한 우월감과 묘한 소유욕을 만들어냈다.
그래서였을까.


그 금고의 문을 가장 먼저 열고 싶었던 건
‘내가 제일 먼저 손에 넣을 수 있다는 탐욕’ 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숨겨둔 비밀의 문,
그 문을 열 수 있는 권리가
마치 자신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열쇠인 듯 착각했던 것이다.


아버님의 비밀을 지켜온 게 아니라,

그 비밀을 먼저 차지하고 싶은 욕망이
그들 모두의 마음속에서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


남편도 어린시절의 그 기억 속에 있었다.
성인이되고 아버님의 심부름으로
가끔씩 금고를 열었던 순간들
그때 보았던 빛, 종이, 금속의 차가운 감촉.
그는 아버님의 비밀에 손끝으로 닿아본 사람이었다.


모두가 알고 있었던 공간.
하지만 모두가 ‘나만 알고 있다’ 믿었던 공간.
그 오만한 확신이
결국 가족의 균열을 시작하고 있었다.


“이거 금고 맞아?

뭐가 있긴 있었어?”
나는 믿기지 않아 물었지만
남편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의 얼굴엔 분노가 맺혀 있었다.
그날, 나는 느꼈다.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


남편은 누나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금고 안 물건 누가 가져갔어?”
모두 모른다고 했다.
심지어 어떤 이는
“금고가 있었어?”라며 모르는 척했다.


그날 남편은 말했다.

“셋째가 의심스러워.
우리가 경찰서에 간 날,
마지막으로 집에 있던 건 셋째뿐이야.”

나는 조용히 말했다.
“괜한 의심은 접자.
이러다 다 잃어버릴 수도 있어.”

하지만 남편의 마음은 이미 굳어 있었다.
그는 결국 도난 사실을 경찰에 신고를 했다.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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