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클러치의 귀환

by dear M

아버님의 건물은 지은 지 30년이 넘은 원룸 오피스텔이다.
남편은 디자이너 일을 잠시 내려놓고
건물 관리와 상속 문제를 도맡아야 했다.


50세대의 세입자를 돌보고,
엉켜버린 상속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나가야 했다.
게다가 바로 옆 연립주택이 신축되면서
공사 소음, 진동, 먼지, 민원까지
하루도 편히 숨 돌릴 틈이 없었다.


이제 그 건물은 더 이상 아버님의 것이 아니었다.

남편과 네 누나가 함께 이름을 올린,
‘다섯 명의 공동 소유’라는 차가운 문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남편의 어깨는 늘 무겁게 내려앉았다.


어느 날 아침,
남편을 출근시킨 뒤 나는
아버님이 평소 앉아 계시던 소파에 앉았다.
그 자리는 여전히 아버님의 기운이 남아 있었다.


창밖을 보았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장미나무.
꽃은 피지 않았지만,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작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소파 팔걸이 옆에 낯익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조심스레 손을 뻗어 집어 들었다.

사라졌던 아버님의 클러치였다.

지퍼는 열린 채였다.
안에는 낡은 지갑 하나.
속엔 신분증 한 장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누군가 급히 열어
내용물을 꺼내고는
잠시 두었다 잊은 듯한 흔적.
이 모든 소동의 시작이자
끝을 알리는 조용한 증거 같았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렸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가 말했다.

“이제…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목, 일 연재
이전 17화진실 없는 증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