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문서, 남겨진 숨소리

by dear M

남편 셋째 누나가 단독으로 사망신고를 하면서 상속 절차가 시작됐다.
집안 금고에서 물건이 사라지고,

몰래 들어온 누나와 그분의 조사가 끝난 직후였다.

우리는 아버님 방에서 유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화장실 문을 열면 왼쪽, 금고와 붙어 있던 작은 공간.
노란 종이봉투와 비닐철에 서류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하지만 봉투의 입구는 벌어져 있었고, 종이들의 결은 누군가의 손길을 이미 지나온 듯 흐트러져 있었다.
설마… 하며 하나씩 읽어 내려가며 확인 하던 중

남편이 낮게 말했다.


“부동산 관련 서류가 하나도 없어.”
아버님이 생전에 애지중지하던 집문서, 땅문서.
있어야 할 것들이 통째로 비어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 서류만 있다고 당장 뭐가 되는 건 아닌데… 왜?

당장 뭘 할 수 있는게 없는데 왜?”

“그 서류만 가지고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어.”


그건 막연한 의심이 아니라, 누군가의 방어에 대한 거의 확신에 가까웠다.
‘우리가 뭘 할까 봐, 먼저 치운 것.’
말이 끝나자, 방 안의 공기가 더 무거워졌다.

금고 안 물건들의 행방도 여전히 묘연했다.


알아야 할 사람만 아는 그 목록.
그 안을 직접 본 남편은 깊은 한숨을 삼켰다.
“왜 하필, 반지 하나만 남겼을까.

왜 문서를 챙겨 갔을까?”
질문은 질문을 물고 늘어졌다.


그때, 다른 서류 꾸러미가 나왔다.
우리는 잠시 말을 잃었다.
여러 여성들의 차용증.
이미 공증까지 끝난 문서들이었다.


익숙한 이름도 있었다. 유명 트로트 가수, 그리고 중년의 가수들, 모르는 여자들의 이름들.
금액은 수천에서 수억.
아버님은 많은 여자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어쩌면 대가로 잠깐의 행복을 사셨던 것일까.
종이의 무게가 이상하게 손끝을 눌렀다.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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