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는 약속했다. 아버님의 49재까지만은 애도의 시간으로 남겨두자고.
하지만 삼우재가 끝나자마자, 현실은 냉정하게 문을 두드렸다.
아버님의 사망신고와 함께 법적 문제와 유품 정리를 시작해야 했다.
셋째 누나가 남편의 동의 없이 10장의 사망확인서를 뗐다는 연락을 받았다.
“여기저기 필요하니까 열 장 뗐어.”
그 말엔 조급함이 묻어 있었다.
“이 도난 사건이 정리되기 전 까진 아버지 사망 신고도,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을 거야.”
남편은 사망 신고 전에 가족의 도난 사건을 정리하고 모든 걸 정돈한 뒤 진행하자고 했지만 셋째 누나의 서두름은 멈추지 않았다.
남편은 나에게 말했다.
“셋째한테 가서 사망확인서 좀 받아다 줘. 사망 신고가 이루어지기 전에 가지고 있어야 해."
그렇게 받아온 신고서를 세어보니 아홉 장.
한 장이 사라져 있었다.
작은 숫자였지만, 그 한 장이 남긴 감정은 컸다.
그 한장으로 이미 이루어진 사망 신고.
사망 신고라는 절차는 조심스럽고, 한 발 한 발 맞춰야 하는데
그 흐름이 어긋나는 순간 누구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셋째 누나의 단독 행동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의심은 점점 가족 전체를 감쌌다.
그날 밤, 남편은 아버님 방 안의 ‘금고’를 떠올렸다. 화장실 옆의 아주 작은 공간, 누구도 금고라 생각하지 않았던 곳. 하지만 그곳은 아버님이 직접 “금고”라 불렀던 자리였다.
금과 현금, 그리고 아버님이 스스로 귀하다고 여긴 물건들이 그 안에 있었다고 했다. 남편은 예전에 아버님 심부름을 하며 그 안을 직접 본 적이 있었기에 무엇이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남편은 그 금고에 열쇠를 꽂았다.
딸깍
작은 문이 열렸을 때 그의 표정이 굳었다.
그 안에는 케이스와 분리된 채 아버님의 14k 반지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그 외의 것들은 모두 사라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