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시작

by dear M

아버님 소유의 건물에서 1년 동안 아버님을 모시며 살았다.
그러다 아버님이 갑작스레 돌아가시고,
자연스럽게 우리는 그 건물의 관리까지 이어받게 되었다.

남편은 디자이너로 일하던 손을 잠시 멈추었다.
그의 손끝은 더 이상 옷과 가죽을 다듬지 못하고,
서류와 장부, 계약서 위를 헤매기 시작했다.
예술을 하던 사람의 하루가
순식간에 계산과 책임으로 바뀌었다.


건물은 지은 지 30년이 넘은,
50세대의 원룸 오피스텔이다.
수십 가구의 문제와 불만, 관리비와 수리비가
하루도 끊이지 않았다.
남편은 최선을 다했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아버님이 남긴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누나들은 달랐다.
그녀들은 ‘투명함’을 요구하면서도
지출은 인정하지 않았고,
수입만 챙기려 했다.


모든 책임은 남편에게 떠넘겼고,
결국 “횡령”이라는 단어를 꺼내 들었다.

그녀들은 우리를 의심했고,
우리는 방어해야 했다.
피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


소송이 시작되자,
그녀들의 얼굴은 점점 낯설게 변해갔다.
피로 이어진 가족의 얼굴이 아니라,
탐욕과 증오로 일그러진 낯선 얼굴들.
그녀들은 우리를 몰아내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그때부터였다.

우리의 일상은 법정 서류와 변호사 통화로 시작되고 끝났다.
하루의 절반은 서류 속에서,
나머지 절반은 분노와 허무 속에서 흘러갔다.
어쩌면 그 싸움의 시작은,
아버님의 죽음보다 더 큰 상처로 남았다.

목, 일 연재
이전 26화견딤의 이유를 찾던 시절